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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l 01. 2016

어느 개 같은 날의 기막힌 이야기

이 소동 좋지 아니한가?!~ 연극 <원 파인 데이> 관람기


극단 차이무의 <원 파인 데이>가 5월 8일 코엑스에서 공연됐다. 서울메세나지원사업 중 서울문화재단과 (사)한국무역협회가 함께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 <서울메세나지원사업-무역센터 스페셜 트랙>에서 선정된 작품 중 하나다. 


<원 파인 데이>는 작가가 실제로 겪은 어느 하루에 벌어진 사건의 경험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이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연속해서 벌어져 100%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면, 배경은 지방 소읍 정도의 마을이고 인물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 그대로다.


어느 날 동네에서 돌아다니던 개가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심하게 무는 일이 발생한다. 그 아주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만나게 되고, 알고 보니 그 취객이 지명수배자로 밝혀져 결국 경찰서에 끌려간다. 하지만 그는 후송 중에 탈주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고 또 개 한 마리 때문에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소동극이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이웃 간의 이간질로 인한 싸움과 화해, 옛 연인과의 우연한 재회 등 평범한 일상을 감동과 웃음으로 그려낸다. 공연은 내내 코믹하게 흘러가고 재치 있는 영상과 음향, 관객과의 소통으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단순한 사고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꼬이고 꼬여 한계점을 맞는다. 관객들이 도대체 마무리는 어떻게 지으려고 이 난리를 피울까 하고 의문이 드는 순간 어이없게도 개가 ‘개같이’ 꼬인 매듭을 푼다. (욕이 아니다 진짜다!) 구성도 짤막한 에피소드를 귀여운 서스펜스와 러브라인을 교차로 보여주며 긴장감이 느껴지면서도 감성적으로 매끄럽게 연결했다.      


어찌 보면 극이 너무 산만하고 상투적인 표현이 난무해 우연적인 사건의 연속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나의 일상도 누군가 보면 극적일 때가 있지 않은가(?!) 만약 일생을 하루로 압축한다면 산만함과 신파, 우연의 연속이지 않을까. 그리고 갑갑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예상치 않았던 일을 계기로 막혔던 일이 확 풀리는 멋진 하루도 있지 않은가.         

극 중 대사에도 개가 많이 나오지만 우리는 평소에도 개라는 단어를 다양한 느낌으로 많이 쓴다. ‘개 팔자가 상팔자’, ‘개만도 못한 놈’ 등등 개가 주는 느낌은 쓰임새에 따라 천차만별이면서도 묘한 친근감이 있다. 사람과 연관성이 있는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인간과의 유사성이 있다는 방증일 테다. 극 중 동네 할머니를 문 개가 보신탕으로 팔려가는 도중 범인 후송 차량에서 탈주한 지명 수배자를 공격해 동네의 복덩이로 돌아온다. 인간(자식 중에)도 이처럼 개와 비슷한 삶을 살거나 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개와 닮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유머러스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풍 끼 있는 사람, 자식 자랑하는 사람, 뒷말 일삼는 사람들은 ‘파인’하고 거리가 먼 인물들이지만 (과장된) 이웃의 민얼굴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이웃들 끼리 싸우고 화해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모습보다 더 인간적인 건 아닐까. 삶이 조금은 비루하고 구질구질한 일상의 반복이지만 되돌아보면 즐거웠던 기억이 누군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특히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화해의 정서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요즘은 모든 공연에서 관객과의 호흡은 필수인지 이번에도 ‘개’는 관객석에 있는 특정인을 지정해 유쾌함을 배가시켰다. 극의 후반 직접 올라와 즉흥적으로 지명 수배자를 ‘구타’하는 ‘명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공연 후에는 관개들에게 박수를 받는 뜻밖의 세레머니도 있었다.     


어떤 작은 행동 하나가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 다시 그 사건에 전환점이 되는 전개.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면서 나비효과를 생각했다고 한다. 짜증나고 답답한 뉴스가 가득한 요즘, 개 한 마리 때문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고민은 잊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극단 차이무의 대표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영화와 TV 드라마를 종횡무진 오가는 배우들을 코앞에서 본다는 건 신기한 일. 가족같이 지낸 배우들만이 나올 수 있는 여유로운 궁합이 보는 이를 편하게 했다.      


극단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선’의 준말이다.

관객을 태우고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여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이 세상을 보여드린다는 뜻이다. 이 극단이 평범한 날을 누구에게나 있는(을) ‘멋진 하루’로 바꿔주었다. 좋지 아니한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또 다른 작품인 극공작소 마방진의 ‘화류 비련 극 홍도’는 오는 11월 11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 될 예정이다. 



공연 개요 

· 공연명: <원파인데이>

· 일시: 2016년 5월 8일(일) 오후 2시, 오후 5시

· 장소: 코엑스 컨퍼런스홀 401호 

· 제작: 극단 차이무 

· 후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무역협회

· 관람료: 전석 10,000원

· 러닝타임: 90분




글·사진 김정욱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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