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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n 30. 2016

칸 국제광고제를 사로잡은 캠페인!

<마음약방> 에서 처방전 받아가세요!


고단한 마음에 위로 한 숟갈 어떠신가요?

“마음약방? 뭐하는 자판기지?” 

“아빠~이거 눌러보고 싶어요!” 

“자기야 이거 재밌어 보여. 우리도 해보자~” 


할머니 손을 꼭 붙잡은 손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나들이 나온 가족까지 다양한 시민의 눈길이 마음약방에 머무릅니다.


서울시청 지하 1층,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판기 앞에서 발걸음을 늦추는 걸 보니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어깨너머로 슬쩍 건너보니 ‘마음약방’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분명 ‘약방’이라고 쓰여 있는데 지붕 아래는 자판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 반 의심 반의 얼굴로 자판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같은 얼굴을 한 이들 몇몇은 직접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상자 하나씩을 뽑아 갑니다.     


자판기 안의 마음 증상(왼쪽)마다 번호가 붙어있습니다. 500원을 넣고 번호를 입력하면(오른쪽) 곧바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어요.


무얼 들고 가나 궁금해 자판기를 살펴보니 ‘꿈 소멸증’, ‘급성 연애세포 소멸증’, ‘노화자각증상’ 등 현대인이 흔히 겪는 마음 증상이 빼곡히 들어있습니다. 총 20가지의 마음 증상 중 처방이 필요한 증상의 번호를 누르면 처방전이 제공됩니다. 단돈 500원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니 왜 그리 시민들이 몰려있는지 알 것 같네요.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과 ‘습관성 만성피로’ 처방전은 이미 동이 났습니다. 요즘 스마트폰과 만성 피로로 고민하는 시민이 많았던 걸까요?     





REMEDIES FOR THE SOUL, 세계인의 공감을 얻다    

 

마음약방은 서울문화재단과 LG 계열 광고회사 HS애드가 함께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이미 일 년이 넘도록 시민들의 고단한 마음을 치료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방전 안에는 각 마음 증상에 맞는 영화처방, 도서처방, 그림처방 등이 들어있어 시민들의 고단한 마음을 예술적으로 치료합니다. 이 밖에도 영화티켓, 비타민제, 손난로, 구급 밴드 등 기업의 후원으로 작은 재미와 이야기가 있는 물품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HS애드는 1년간의 마음약방 이야기를 바탕으로 광고제 영상을 제작해 칸 국제광고제에 출품했습니다.


지난 4월 20일, HS애드는 1년간 운영한 마음약방 이야기를 바탕으로 광고제 영상을 제작해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광고제인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creativity festival)’에 출품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9일, ‘REMEDIES FOR THE SOUL’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영상이 라이언즈 헬스(LIONS HEALTH) 의약(Pharma) 부문에서 은상과 동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REMEDIES FOR THE SOUL’ 영상 소개와 2016 칸 국제광고제 트로피


라이언즈 헬스 부문은 2014년 칸 국제광고제가 의료보건 분야에서 창의력이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신설한 것으로 의약(Pharma)과 건강&보건(Health&Wellness) 2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총 2,605개의 출품작 중 마음약방 캠페인이 당당히 은상과 동상을 받았다니, 지구 건너편의 누군가에게도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처방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 역시 이번 수상 결과에 대해 “<마음약방>캠페인이 국적을 막론하고 공감을 형성한 듯하다”라며, “문화예술이 사회문제에 정서적인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에서 이 캠페인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마음약방의 처방전은 10대 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입니다


마음약방의 처방전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인스턴트식 자판기로 마음에 난 생채기를 지울 수 있다니 조금은 못 미덥습니다. 자판기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고등학생 소녀는 머뭇머뭇하던 손짓 끝에 ‘현실도피증’ 처방을 선택합니다. 오늘 자격증 시험을 보고 시민청에 놀러 왔다는 김OO 양은 “고민을 말해도 친구들은 이런 거 추천 안 해주는데 현재 마음 상태에 어울리는 영화나 책을 소개해줘서 좋다”며 부끄러운 듯 얘기합니다. 


옆자리에는 귀여운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방금 뽑은 처방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뽑은 마음 증상은 ‘예민성 경쟁 과다증’입니다. 왜 뒤처질까 두려운지를 물으니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그냥 마음에서 그런 게 느껴져요.”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처방전 내용은 썩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입니다.


마음,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 마음약방의 처방전은 생각보다 꼼꼼합니다.


아무래도 직접 처방을 받아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 요요현상’을 골라보았습니다. 요즘 들어 나갈 채비를 하다가도 모든 게 귀찮아지고, 친구가 좋았다가도 미워지고,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가 짬뽕이 먹고 싶어지는 등 변덕이 들끓었거든요.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처방전을 여니 예술처방과 함께 반창고가 들어있습니다. ‘어떤 상처에도 OK! 효과빠른 마음밴드’라는 문구를 보니 ‘피식’하고 웃음이 삐져나옵니다.


예술처방서 안에는 그림처방, 영화처방, 댄스처방, 그리고 지도 처방전이 들어있습니다. 요즘 말로 춤의 ‘ㅊ’도 모르는 ‘춤알못(춤 알지도 못하는 놈들의 줄임말)’이지만 댄스처방의 설명을 제법 진지하게 따라 해보았습니다. ‘더 즐기는 Tip’에 맞춰 트와이스의 ‘Cheer up’까지 틀어놓고 몸을 흔들다 보니 습한 날씨에 변덕이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마음약방    


이상한 나라입니다. 마음도 치료해야 하는 시대라니요. 의학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마음의 병은 왜 자꾸 늘어만 갈까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 ‘예민성 경쟁 과다증’을 뽑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곪디 곪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에 단돈 500원의 처방전은 역부족입니다. “이게 뭐야?”란 말과 함께 가방 한구석에 찌그러진 처방전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속는 셈 치고 처방전에 귀를 기울여보면, 적어도 바쁜 일상 속에 쉼표 하나쯤은 생기지 않을까요? 


지난해 2월 시민청에 문을 연 마음약방은 같은 해 12월 서울연극센터에 2호점을 열었습니다. 2호점은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에 걸맞게 ‘청춘’을 주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47,019명의 시민이 참여해 총 23,509,500원 기부금이 모금됐습니다. 1호점에서 모인 금액이 2호점 개업으로 이어졌듯, 2호점에서 모금된 금액 역시 마음약방 캠페인을 확장하는 데 재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마음약방이 가진 작은 치유의 힘은 마음과 마음을 건너 생각보다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매사에 무기력하고, 무관심하고, 무감동한 표정을 자주 만납니다. 무더운 날씨도 한몫하겠지요. 날씨만큼 무더운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다면, 마음약방의 문을 두드리길 권합니다. 마음약방은 언제나 여전히 그곳에서 따듯하게 당신을 맞아줄 테니까요. 오늘 밤은 ‘영화처방’에서 추천한 ‘노인과 바다’를 보며 잠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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