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샐리 케이건) & 썬다운(미셸 프랑코)
‘죽음’을 주제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일은 사실 많지 않다.
그런데, 유독 트레바리 멤버들과는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씨네필에서도 그랬고, 내가 파트너로 진행했던 클럽에서도 ‘죽음’을 주제로 영화와 책을 선정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어쨌든, 아무도 죽어보지 못했으니깐
살아있는 동안은 죽음은 언제나 간접경험에 불과하니깐
그래서 ‘죽음’에 대해 누구나 생각하지만
‘죽음’은 무거우니깐
즐거운 이야기만 하고 싶으니깐
결국 ‘죽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하게 됐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최근 들어,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보니 '난 이미 많이 쏟아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당장은 크게 관심이 가는 주제가 아니기도 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본질에 워낙 가깝게 다가서는 책이었지만,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인지한 날 쉽게 잠들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 사실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나의 비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몸서리친 밤이 셀 수 없이 많았던 시절이 있고, 몇 년 전까지도 유난히 죽음에 대한 상상이 실감 나게 잘 되는 순간에는 자동으로 몸서리쳐졌으니깐…
그만큼,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했고 책은 술술 읽혔다.
걸리는 부분이 없었다.
내가 이원론자였다면, 보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반박하면서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100%에 가깝게 저자의 생각과 일치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다소 반감된다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그래도 저자만큼 deep 하게, 철학적으로 고민해 본 적도 없거니와
(그럴 능력도 안된다..)
조금 더 내 생각이 정리된 느낌은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이기도 했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의식적으로는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실제로는 믿지 못한다는 말이 나에게도 적용되서인지…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과연 아쉬울까..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100년의 삶은 길 수도 있지만 한없이 짧을 수 있고
게다가 건강하지 못한 채 ‘살아있기만 한’ 삶보다는
건강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의 시간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느껴
내일 죽어도 아쉽지 않을 인생을 사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죽음’이 다가왔을 때 ‘닐’처럼 (내가 보기엔 고장 난 것처럼 보였다.) 고장 난 삶을 살기보다는 ‘죽음’이 항상 내 곁에 있다는 생각으로 당장 죽어도 아쉽지 않을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행복하고 건강해야 타인을 챙길 수 있고,
타인과 함께 해야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라고 예외를 두지는 않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동안 내 마음을 전하고 사는 요즘이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서 아쉬울 것 없는 삶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냉정하게 보면, 늙고 병들거나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는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이 오히려 좀 빨리 죽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비겁한 결론으로 도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mind set이 장착된 지 너무 오래라 그런지 ‘죽음’은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언제 만나도 반가울 수 있게 ‘삶’을 열심히가 아닌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