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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23. 너 T야?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제임스 팰런) & 케빈에 대하여(린램지)


쿨몽둥이 밈이 유행할 때는 쿨몽둥이로 한 번 맞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MBTI가 대한민국을 휩쓴 뒤에는 T와 관련된 밈은 모조리 받아본 것 같다.

지난 트레바리 모임에서 한 멤버분이 자신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타인에게 섭섭할 일도, 서운할 일도 없지만

반대로 난 누군가에게 섭섭할 일도, 서운할 일도 내 의도와 무관하게 불시에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나마, 지금은 사회화(?) 혹은 시행착오를 거친 학습(?)에 의해..

내가 섭섭하지 않다고 해서, 타인도 섭섭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조심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한다고 이야기하긴 힘든 타고난 성향이라는 것이 있긴 하다.


그래서 "정 없다"는 말도 자주 듣고

예능에 나오는 이서진 배우와 (본 적은 없지만..) 양재진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과 행동에서 내가 보인다는 말까지 듣다 보니깐

그나마 지금은 MBTI 덕분에 T 정도로 퉁쳐진 이미지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이번 책과 영화에서 혹시 내 모습이 보이면 어떠나 하는 걱정도 했었는데...


다행히 저런 마음이 싸패라면 난 아닌 게 확실한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한 '세 다리 의자' 가설의 경우

케빈의 전사유전자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유전자까지 조건에 부합한다면 '세 다리'가 모두 무너진 케빈을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라는 책을 통해 조금은 이해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 같긴 하다.


아마도 씨네필을 시작으로 애프터필까지 통틀어서

내가 가장 보기 힘든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제발 이 영화가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봤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신형철 평론가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케빈에 대하여에 대한 해석을 다 보고 나서 영화를 본 탓에

답안지를 확인하고 문제를 푸는 기분까지 들었던 터라, 다른 답을 떠올리기 힘들기도 했다.


사실 케빈과 같은 캐릭터는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다루기 쉽다.

쉽게 욕할 수 있고, 쉽게 비난할 수 있으니깐...

그래서 이 영화가 달랐던 것 같다.


모든 엄마에게 모성애를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모성애가 디폴트값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원하지 않는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에게 애정을 가질 수 없는 에바에게 케빈 같은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에바가 원한 것은 자신만의 세계였지만(꿈이 가족에게 있지 않음을 보여주듯 자신의 방을 세계지도로 꾸미는 에바)

케빈이 원한 것은 (엄마와 자신이 포함된) 우리만의 세계가 아니었을까.(에바의 방을 엉망으로 만드는 케빈)


그래서 엄마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견뎌내야 하는 케빈이 선택한 방법이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는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모든 어머니에게 모성애가 디폴트가 아니라면,

그래도... 모든 자녀에겐 최소한의 준비는 된 부모가 디폴트이길 바란다.


그래야 제임스 팰런 같은 친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만들어지는 최소조건이 성립되고, 

세 다리 의자 중 1개의 다리라도 남아있다면 벽에 기대는 한이 있더라도 의자가 쓰러지지 않게 버텨낼 수 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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