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2023년 글로벌 경제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과 제품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신사업 아이디어 구상 방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각 방식마다 기대되는 신사업, 신제품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거나, 그런 아이템의 미래 성장 가능성 예측 등을 하기 위해 유용한 개념들이 있다. 바로, 1) Create, 2) Copy, 3) Localize, 4) Expand로 불리는 4가지 신규 사업 분류 방식이다. (다만, 이 분류가 항상 명확한 건 아니다. 당연히 모든 사업체는 사업체 별로 다른 부분들이 있고 그 다른 부분들의 정도가 명확하게 수치화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Create는 말 그대로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의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아무런 경쟁 없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간다. 다만, 이는 새로운 아이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투자의 관점에서는 신뢰도가 낮고 실패의 리스크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주변에서 예를 찾아본다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SNS라는 새로운 사업을 선보인 페이스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많은 아류작과 유사하지만, 새로운 기능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들이 많아졌지만, 페이스북이 SNS라는 신규 시장을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번째, Copy는 기존에 존재하는 사업체와 방식도 유사하고 Target 시장도 유사한 사업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시장을 만들어 놓은 업체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 visibility가 있어서 비교적 안정적이나, 시장을 선점한 기존 업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신규 경쟁 업체의 등장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의 예는 야놀자와 야놀자의 사업방식을 Copy 했다고 볼 수 있는 여기어때가 있다. 물론 현재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다각화하여 특성이 좀 달라진 부분들이 있지만, 처음 두 기업이 시작했을 때는 유사하게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이었다. 여기어때는 기존 업체인 야놀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시장을 나눠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틀리지 않은 예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Localize이다. Localize는 사업 방식이나 제품 서비스 등은 동일한데 기존 업체와는 다른 시장에서 사업을 펼쳐서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되 기존 서비스의 성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비교적 빠르게 투자자들 사이의 신뢰를 얻고 키워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는 스피드가 관점이다. 이미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다른 시장에서 입증이 된 만큼 여러 플레이어가 뛰어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시는 북미 유럽 시장의 새로운 Mobility 사업을 만든 Uber와 해당 서비스를 동남아를 중심으로 키워나간 Grab이 있다.
마지막은 Expand다.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서비스와 경쟁 시장은 유사하지만, 추가적인 기능이나 차별화 포인트를 접목하거나, 기존 제품/서비스의 사업방식을 다른 제품/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제품/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도 있고, 사업 성장 가능성도 비교적 쉽게 가늠할 수 있기에 널리 선호되는 방식이지만, 이 또한 신규 경쟁자들이 진입하기 비교적 쉽다는 약점이 있다. Expand는 두 가지 예시를 들고자 하는데, 우선 기존 서비스에 차별화 포인트를 접목한 서비스로써, 기존에 Facebook이 만들어 놓은 SNS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진 기반의 서비스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줘서 대성한 Instagram이 있다. (Facebook이 날름 사들여서 자기 사업으로 만들긴 했지만) 두 번째 예시는 다른 사업체의 사업방식을 벤치마크 해서 다른 제품군에 접목한 사례로는, 비디오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최초로 만들어 낸 Netflix와 이러한 구독 서비스를 Ebook으로 Expand 한 밀리의 서재가 있다.
이제 이렇게 4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최근 들어 내가 관심이 갔던 제품들과 서비스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첫 번째로 소개할 기대되는 서비스는 Life at Sea cruises다. 이 크루즈의 탑승권은 자그마치 $30,000로서 한화로 약 4천만원돈이다. 터무니 없게 비싼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크루즈의 서비스를 들어보면 일반적인 사람들도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왜냐, 이 $30,000이라는 비용은 크루즈를 1년 동안 탑승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고, 이 크루즈는 3년 동안 오대양 칠대주를 전부 다 돌면서 세계일주를 한다. 이 크루즈 내에는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바, 카지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럭셔리 호텔과 같은 느낌이고, 항로에 따라 다르겠지만 3년간 382곳의 목적지를 돈다고 하니까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두세 정박을 한다. 워낙 코스가 길다보니 여기서 그냥 사는 느낌이라고 보면 되고, 이 Life at Seas도 홍보할 때 그저 돈 많은 부자들한테만 홍보하는게 아니라 재택근무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Target 한다. 해당 크루즈는 일론 머스크의 사업체로도 유명한 스타링크의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 어디서든 위성통신을 통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업무를 위한 사무실, 회의실, 라운지 등을 제공한다. 만약 상시 재택근무로 일을 하는 사람이 이 크루즈에 탑승한다면, 주중에는 배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재택근무하면서 호텔과 같은 시설에서 일상을 보내고, 주말에는 매주 다른 국가에 내려 관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응도 꽤 좋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회사가 처음 설립된 2016년 부터 800여 정도를 태우던 Gemini호를 운행했었는데, 올해 더 큰 배인 Lala호로 배를 변경하고 탑승객 최대를 10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났지만, 한국은 다시 일상으로 어느정도 돌아와 재택근무율이 낮아진 반면, 미국은 재택근무 비중이 여전히 높아서 사무실 공실율이 걱정인 상황이라고 한다. 재택근무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위성 인터넷 통신 기술이 더 대중화 되면, 이런 서비스가 더 인기 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관련기사 : [Now, even more remote workers can live at sea for $38,000 per year | Fortune]
두 번째는 트위터의 대항마로 Meta에서 출시한 Threads다. Threads 출시에 대한 소식과 Threads가 Twitter와 거의 유사하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SNS 시장은 Facebook의 첫 등장과 함께 여러 업체가 생겨나고 또 사라져갔다. 한때는 Google도 Google+라고 자신의 SNS를 만들었었고, 한국의 싸이월드도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있다가 다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 시장은 결국엔 시장을 선점한 자들만이 살아남았고, 이들로 고착화되었다. 현재는 Big 6가 각자의 전문 분야의 독과점 체계로, Big 6는 Legacy의 Facebook, Image 기반의 Instagram, Video 기반의 Tiktok, Text 기반의 Twitter, Business 기반의 Linkedin 그리고 Community 기반의 Reddit이 있다. 그리고 현재 이 체계가 더 이상은 신규 플레이어 유입으로 인한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였으나, 트위터가 수익성 악화, 머스크의 인수, 정치인의 계정 검열 등으로 논란이 되고 약해지자, 기회를 엿보던 Meta에서 Text 기반 SNS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것 때문에 CEO들끼리 현피까지 뜬다고 하는데… 만약 실제로 두 CEO가 격투를 하게 된다면, Meme을 좋아하는 현대 사회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긴 사람의 서비스를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참고로 Threads는 1주일 만에 1억 명 이용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대단한 성장세이다.
관련기사 : [스레드, 나흘 만에 가입자 1억 명 육박…트위터 트래픽 급감 - ZDNet korea]
세 번째는 우리가 모두 좋아하는 웹툰 관련 내용이다. 사실 웹툰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만화 형태였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사업이 잘 발달한 일본과 미국에서는 단행본 형식의 좌우로 넘겨보는 만화책 또는 동영상 애니메이션이 가장 대중적인 형태이고, 웹툰을 모아서 보여주는 한국의 네이버 웹툰 같은 곳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마존과 애플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웹툰같이 새로 형태로 즐기는 만화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아마존은 플립툰이라는 서비스를 작년 4월부터 일본에서 시작했으며 조만간 북미와 유럽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또한 일본과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콘텐츠 개발단계로서 '글래디에이터'의 웹툰 버전과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3부작'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의 글로벌 입김력(?)을 이용해 한국에서 만든 웹툰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VRC, Vertical Reading Comics라는 네이밍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글로벌 영향력이 큰 이 두 기업이 웹툰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이 해외 진출이 쉬워진다는 것이니 반가워할 만한 뉴스지만, 아무리 우리나라가 미리 개발을 해놓고, 시장을 만들고, 발전을 해놓아도 국내 플랫폼이 세계 시장의 스탠다드화 되진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기도 해서 아쉽다.
관련기사 : [단독 K웹툰 위협하는 애플 … 日이어 북미 서비스 시동 - 매일경제]
Expand : 명품 가전/가구 온라인 편집숍에 전 제품 무이자 할부 서비스로 차별화를 준 로마드
마지막은 국내 업체로 준비해 봤다. 로마드는 국내 스타트업인 리체(Liche)라는 업체에서 내놓은 서비스로서, 명품 가전/가구 온라인 편집숍이다. 하지만, 로마드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는데, 모든 판매 상품에 ’24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대 36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것들이 많은데, 상품마다 할인율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10% 내외의 할인과 함께 무이자 할부 서비스까지 제공하여 월 지불액을 크게 낮추었다. 로마드에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BNPL(Buy Now, Pay Later)라고 명명하고, ‘가격 때문에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도록’ 하겠다고 홈페이지 쓰여 있다. (재밌는 문구라 생각이 들어서 가져와 봤다.^^;;) 판매되는 제품들을 보면 명품 의자 브랜드로 유명한 허먼밀러, 독일의 고급 조명 브랜드 테크노루멘, 좋은 사운드 못지않게 디자인도 훌륭해서 유명한 뱅앤울릅슨 등 굉장히 고가이면서, 디자인적으로 아주 멋진 제품들을 선별해서 판매한다. (위에서 말한 테크노루멘의 나이트 스탠드… 무려 96만 원 가량이다.. ㄷㄷ…) 다만, 그런 제품들이 할부이기 때문에 월 지불액이긴 하지만 가격표에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표가 달려있다보니 혹하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소비자들 명품 매장 오픈런이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로 고급 제품들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올라갔지만,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게 되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여, 영리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간 사업체라고 생각이 든다.
업체 홈페이지 : [LOMAD(로마드) - 소유의 타이밍]
최근 ‘2023년 1분기 고용인원 월평균 성장률 10% 이상의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이라는 통계자료를 보았는데, 그중 미래가 기대되고 재미있는 사업체들도 보였지만(참고로 위의 로마드도 해당 통계에서 소개된 업체였다.), 모바일 기반 운세 중개 서비스 ‘홍카페’ 등을 운영하는 ‘피플벤처스’라는 업체가 탑4에 든다는 것을 보고 충격받고 말았다. 물론 ‘피플벤처스’가 나쁜 사업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월평균 성장률 탑4에 들어가는 주목할 만한 업체가… 운세 중개 서비스라니… 요즘 스타트업 시장이 정체기라는 것이 크게 와닿았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 중반까진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들을 열정이 있는 혁신가로 바라보았었지만, 최근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체를 통칭하는 용어가 ‘좋소’로 통하게 되어버렸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흔들리면서 대기업 그리고 제조업에만 의존하는 국가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으로 스타트업 창업 및 성장이 다시 활성화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