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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라오스 여인

라오스 방비엥 비엔티엔 루앙프라방

by 루미상지


앞산 허리엔 안개가 자욱하다. 깊고 아름다운 산에서 흘러내린 강물은 맑고 깨끗하다. 물은 깊지 않고 유속은 빠르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남송강이다. 우리는 어젯밤 남송 강가에서 잤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샤워하고 라오스 전통 의상으로 차려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벌써 나와 사진을 찍으며 아침 탁발 올 스님을 기다리고 있다. 새벽 여섯 시가 되자 스님을 한 분씩 태운 보트가 숙소 쪽으로 다가온다. 보트와 스님이 내 앞으로 왔을 때 무릎을 꿇고 어젯밤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공양했다.


아침 탁발


남편과 나는 4일 전 방콕의 돈므앙 공항에서 한 시간 비행해 태국의 북쪽 우돈타니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4일 동안 같이 여행할 친구들을 만났다. 이 여행은 프래우 교수와 그 제자들이 계획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출발을 하루 앞두고 프래우 교수 어머님이 갑자기 심장 스턴트를 하셨다. 시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여행은 우리끼리 오게 되었다. 승합차가 앞에 멈추었고 그 차에는 처음 만나는 일곱 명의 여자들이 타고 있었다.


라오스를 육로로 가려면 농카이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국경에 도착하기 전 우돈타니에서부터 타고 온 승합차에서 내려 라오스에서 온 새로운 승합차로 갈아탔다. 운전석이 반대로 바뀌었다. 태국의 오른쪽에서 라오스의 왼쪽으로 우리나라랑 똑같다.

농카이 국경에는 많은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에 사인을 받는데 내 차례가 되었다. 얼굴을 쓱 본 직원이 한국말로 말했다.

“오른손” 깜짝 놀라 오른손 손가락을 기계에 올리며 물었다.

“내가 한국 사람인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는 아무 말 없이 씩 웃기만 했다.



우돈타니공항, 농카이 국경 검문소


국경을 통과해 태국과 라오스를 흐르는 메콩강 ‘우정의 다리’를 건넜다. 처음에는 태국 국기가 걸려있었다.

중간쯤 가니 태국 국기와 라오스 국기가 같이 걸려있었는데 국경이었나 보다. 이제 라오스 국기만 걸려있다. 여기서부터는 라오스다.

태국과 라오스는 사이좋은 형제의 나라다. 아주 오래전부터 왕조끼리의 혼인 관계로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고 한다. 언어와 글자가 다르지만 80%가 비슷해 거의 이해할 수 있단다. 음식, 문화, 종교, 전통 의상도 비슷하다. 화폐도 태국 화폐를 쓸 수 있다.


승합차 안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들은 태국 북쪽 이산 지방인 우돈타니의 한 대학 교수들이었다. 그들은 43세~49세 사이였는데 두 명은 결혼했고 다섯 명은 미혼이란다. 그녀들이 근무하는 대학은 30%가 남자 교수, 70%는 여자 교수라고 한다. 마히돌 대학도 40% 남자, 60%는 여자 교수라고 들었다. 대학교수와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의 급여에 많은 차이가 난단다. 2배, 3배까지도 그래서 남자들은 대부분 기업체에서 근무한단다.


첫 번째 방문지는 비엔티엔의 랜드마크인 ‘파 댓 루앙(Pha That Luang 탓 루앙) 황금 사원이었다. 원래 건설할 때는 450kg의 금을 사용했지만 재건축할 때는 콘크리트 건물에 금색을 칠한 것이라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번짝번짝 빛나는 황금 돌 사원의 큰 크기에 놀랐다. 네모반듯한 사원의 코너가 포토 스폿인가 보다. 일곱 명의 친구들이 모두 그곳에서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라오스 전통 의상을 사 입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가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골랐다. 블라우스, 씬(치마), 허리띠, 어깨에 두르는 스카프까지 모두 샀는데 20,000원이 채 안 된다. 전통 옷을 입고 라오스의 독립을 기념하는 ‘빠뚜싸이 모뉴먼트’로 갔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던 라오스가 1960년대 프랑스와의 독립전쟁 중 희생당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개선문이라 했다. 그런데 모양이 파리 개선문을 닮았다. 높지 않지만 꼭대기에 올라가니 전망이 확 트여 비엔티엔의 시내가 환히 내려다보였다.



파뎃루앙, 빠뚜사이, 왓 씨엥통, 왓시므앙


승합차 안에서 카오똠맛(바나나 잎으로 싼 찰밥)을 간식으로 먹었다.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찐 찰밥은 3일 동안은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두 시간을 달려 방비엥에 들어선 순간 내 눈은 동그래졌다. 방비엥의 길거리가 온통 한글 간판이다. 방비엥은 라오스의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많단다. 포장마차 이름도 ‘빅마마’, ‘칸이모’, 음식 이름도 한글로 쓰여있었다. 나는 빅마마 이모에게 샌드위치(3,500원)와 로띠(2,000원)를 사고, 칸 이모에게 망고를 사서 먹었다.


소박한 호텔에서 잔 다음 날 새벽, 닭 우는소리에 잠에서 깼다. 미미랑 몇몇 친구들과 새벽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길거리에는 시골 마을에서 가져온 채소, 생선, 과일 등 식재료와 이색 먹거리들이 많았다. 귀뚜라미 튀김, 메뚜기, 개구리 , 달팽이, 못땡 (빨간 개미알), 벌집, 카이룩 (부화 직전 털까지 있는 찐 오리알), 들쥐 , 스쿼럴 구이, 파충류 등을 사진 찍으며 구경하는데 채소 절임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예요?”

“김치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해요. 먹어보세요.”

채소 한 가닥을 준다. 먹어보니 백김치랑 비슷한 맛이다. 반가워서 옆에 있던 파김치와 이름 모를 나물무침도 샀다. 한국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방비엥 새벽시장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방비엥을 보니 꼭 우리나라에 온 것 같다. 방비엥과 송강은 자연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롱테일 보트, 튜브, 카약, 패러 모터, 짚라인, 열기구, 버기카를 타는 등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무더운 날씨다. 이 더위에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버기카를 타고 달리는 젊음이 부러웠다.


블루라군 (푸른 물의 호수)에 도착해 에메랄드빛 맑고 푸른 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5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맑은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물고기가 샐러드를 좋아해요.”

물고기에게 풀잎을 사 주라고 호객한다. 조그만 바구니의 풀잎이 700원이란다. 한 바구니 사서 물속에 던져주니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와 먹는다.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물고기들이 풀잎을 이렇게 좋아하다니 신기했다.

“너희들도 많이 먹고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루앙프라방의 ‘왓 시엥통’으로 가는데 가랑비가 내렸다. 카페 분위기가 멋있다는 ‘푸마이 카페’에 들르는 건 포기했다. 도로를 지나가는 소 떼와 염소 떼들이 눈에 띄었다. 일행과 떨어져 비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소도 보였다. 가이드 미미는 들판에 뿔 달린 소들을 가리키며 버펄로란다.

왕족 등 유명한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왓 시엥통’에 도착했다. 라오스의 전통 양식으로 건축되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원이란다.


카이옵옹 식당에서 식사하고 ‘파리앙 카페’로 갔다. 땡볕에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6~7세 정도 되는 단발머리 여자 아이들이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디를 가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허허벌판에 카페만 하나 있는데 주차장에는 관광버스와 자동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라오스 국기가 걸려있고 확 트인 전망에 눈이 시원했다. 친구들은 또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바나나 나무 아래에서 어린 두 소녀가 빈 커피 컵과 빨대를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빨대로 먹는 시늉을 하자 환하게 웃는다.


카페와 소꿉놀이


남송 강가의 수상 숙박시설에서 자기로 했다. 물 위에 떠 있는 Floating House다. 저녁 먹을 식재료를 사서 보트를 타고 건너편에 있는 숙소로 왔다. 삼겹살 구이(무카타)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물건을 싣고 와서 파는 보트들이 다가왔다. 보트 안에는 나무젓가락, 솜땀, 맥주, 라면, 구운 치킨, 마른오징어, 삶은 달팽이, 망고, 수박 등 온갖 음식과 채소, 과일들이 있었다. 솜땀과 구운 치킨을 주문하자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었다. 보트가 지나가자 또 다른 보트가 왔다. 마른오징어(먹양)를 주문하니 숯불에 바로 구워주었다.


물건을 파는 보트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아홉 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물었다. 모기약이 필요하다고 하자 바로 사다 주었다. 그 소년은 우리가 잠들 때까지 강가의 모든 숙소를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스님의 탁발에 공양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젯밤의 그 소년이 죽 냄비를 들고 왔다. 이 숙소에서 나오는 아침 식사란다. 맛있는 죽을 먹고 있을 때 어제 음식을 팔던 보트들이 또 다가왔다. 우리는 망고와 코코넛을 사 먹었다. 태국보다 물가는 더 쌌다. 다시 비엔티엔으로 이동해 ‘왓 시므앙’과 ‘왓 시사켓’을 방문했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씬(치마)을 빌려주고 입도록 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불교사찰 방문과 사진 찍기 좋은 카페 방문이었던 것 같다. 날마다 두 군데 이상의 사원을 방문하고 포토 스폿이 있는 카페를 방문했다. 만약 우리가 한국 팀과 여행을 왔다면 사원보다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갔을 것 같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 3박 4일 동안 색다른 여행을 했다. 라오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났고 태국과 라오스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단지 메콩강을 건너왔을 뿐인데 시간이 조금 더 뒤로 간 것 같은 미묘한 차이도 느꼈다. 라오스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만났다. 순수한 라오스 사람들의 맑은 눈과 다정함을 보았다.

돌아오는 날, 또다시 농카이 국경을 통과하고, 승합차가 바뀌고, 운전자 위치가 바뀌었다. 우리를 우돈타니 공항에 내려준 뒤 그들은 한 시간을 더 가야 한다. 그들의 일상이 여행처럼 행복하기를, 승합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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