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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Nov 12. 2023

고대 아테네는 민주적이었을까?

민주주의는 상대적이다.

흔히 현대 민주주의의 기원을 고대 아테네의 정치체제에서 찾습니다. 아니, ‘흔히’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고대 아테네의 정치체제를 현대 민주주의의 기원이라고 가르치고 배웁니다. 이건 학교 밖에서 역시 상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언제부턴가 민주주의와 고대 아테네가 동의어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통일된 건 아닙니다. 혹자는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지금의 눈으로 볼 때 매우 ‘비민주적’이며 심지어 ‘반민주적’이기까지 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구자정, 2013).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이의 자격에 있습니다. 그 자격을 가진 사람이 아테네 전체 인구 중에 너무 적었다는 겁니다.

 

고대 아테네의 신분은 깔끔하고 명확하게 나누어지지도 않고, 중첩되기도 하며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최자영, 2003). 하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아테네의 신분은 제일 먼저 자유인과 노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자유인은 다시 시민과 비(非)시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시민은 자유인이긴 하지만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들입니다. 여기에는 우선적으로 거류외인, 즉 지금으로 치면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자유인인 비시민이 거류외인에 한정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민권자의 수를 관리하기 위해서 시민의 기준을 경우에 따라서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테네 민주주의의 전성기라고 일컬어지는 페리클레스(Perikles) 시대에 이르면 아테네의 시민권은 양친이 아테네 시민인 자에게만 부여됩니다. 신분제가 강해진 거지요. 게다가 시민계급에 속해 있다고 해서 모두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정치 참여는 시민계급에 속한 성인 남성들로 한정되었었거든요. 이렇게 본다면 비판론과 같이 고대 아테네를 민주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테네에 사는 사람들 중에 시민계급에 속한 남성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Unsplash의Constantinos Kollias


그렇다면 고대 아테네를 현대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시민계급에 속한 남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숫자는 그 시대의 눈으로 볼 때 소수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근대 이전 어느 사회를 봐도 외국인과 노예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사례는 없습니다. 또 여성이 참정권을 보유하게 된 것 역시 얼마 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여성, 외국인, 노예라는 세 집단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 논리를 관철하자면 20세기 이전에 민주주의를 취한다고 볼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이 차원에서 보자면 아테네는 다른 도시들보다 시민 자격의 기준을 확 낮춰서 시민권을 보편적으로 부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송문현, 2015). 그 당시 대부분의 도시들에서의 시민 자격은 스스로 무장을 하고 싸우고 죽을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 사람들, 즉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되었기 때문입니다(구자정, 2013). 


주권자의 지위에 따라 정치체제를 구분할 때 과두제, 귀족제, 민주제 등으로 나눕니다. 하지만 그 양적 경계선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시민권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라고 할 때, 시민의 자격을 높이면 과두제에 가까워지고 시민의 자격을 낮추면 민주제에 가까워지는 것이죠(송문현, 2015). 그렇게 본다면 그 시대의 아테네는 민주적이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상대적 관념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이에 관한 평가는,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기준으로 해서 더 민주적인지 덜 민주적인지로만 행해질 뿐이니까요. 그래서 민주주의 가지고 계속 논쟁을 벌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선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 참고문헌

구자정. (2013). 데모크라시는 진정 “민주적” 인가?-“공화국” 과의 역사적 길항관계를 통해 본 데모크라시 개념의 재고. 서양사론, (116), 7-38.

송문현. (2015). 아테네 민주정치의 본질과 그 현대적 의미. 역사와 세계, 48, 243-272.

최자영. (2003). 고대 아테네 사회신분의 불명확성 및 중첩성. 서양고대사연구, 13,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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