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엠에서 살아남기
*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4편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수잔 콜린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책은 3부작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영화는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The Hunger Games, 2012)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 2013)
헝거게임: 모킹제이(The Hunger Games: Mockingjay – Part1, 2014)
헝거게임: 더 파이널(The Hunger Games: Mockingjay – Part2, 2015)
영화의 중심 내용은 우연히 자신의 동생을 대신하여 헝거게임에 참여하게 된 캣니스가 헝거게임 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한 행동으로 인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혁명의 상징이자 불씨가 되어 혁명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캣니스는 그저 가족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 해 시작했던 행동들이 혁명에 이용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육체적 고난과 정신적 고난을 겪게 된다. 결과적으로 혁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만 혁명의 마지막 순간에 동생이 죽게 되어 동생을 구 하고자 한 행동에서 시작한 일이 결국 동생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오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이나 기타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이 ‘헝거게임 시리즈’도 소설과 다르 게 묘사되는 부분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글은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를 분석하는 글이기 때문에 오로지 영화에 묘사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알린다. 분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먼저 영화에 배경이 되는 세상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주로 정치/경제 체제를 위주로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왜 그런 상태가 되었는지를 따져볼 것 이다. 그러고 나서 그 상태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보다 바람직한 상태에 대해서 가볍게 얘기해볼 것이다. 다음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과학 기술들 중 일부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헝거게임 시리즈에 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답게 흥미로운 과학 기술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다양 한 과학 기술들 가운데 흥미로운 몇가지에 대한 원리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볼 것 이다. 이 글은 근본적으로 영화 속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글이기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 구조나 촬영기법과 같은 요소들은 다루지 않고 있다. 또한 개별 인물들의 성격이나 가치 관 등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마지막 짧게 남겨져 있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곳은 북미 지역에 위치한 “판엠”이라 불리는 국가다. 헝거게임 시 리즈 내에서 구현되어 있는 세상은 판엠 뿐이고 다른 지역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래서 판엠 외 부 상황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판엠이란 국가가 현대 미국사회와 상당히 다른 정치/경제 체제를 지녔다는 점과 지도층 사이에서 내부 반란과 관련하여 별다른 외교적 고민을 하지 않는다 는 점을 통해 판엠의 상황에 개입을 할 만한 외부 세력이 부재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판엠은 캐피톨과 13개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헝거게임이 진행되던 시기에 13구역은 별도의 체 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판엠과 13구역을 나눠서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판엠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면 판엠은 반란을 기준으로 총 세 기간으로 분리할 수 있다. 첫 반란이 발생하기 이전의 초기 판엠과 헝거게임이 진행되던 후반기 판엠 그리고 혁명이 성공한 새로운 판엠이다. 앞으로는 혁명이 성공하기 이전 후반기 판엠을 ‘구 판엠’이라 부르고 혁명 이후 를 ‘새 판엠’이라고 부를 것이다.
초기 판엠에 대한 정보는 별로 공개되지 않았다. 13구역이 주도한 1차 반란 이후 헝거게임을 실 시하게 되었다는 정도의 차이만 제외하면 구 판엠과 같은 체제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초기 판엠과 구 판엠의 체제가 같다는 가정하에 구 판엠을 분석하도록 하겠다.
구 판엠의 정치 체제는 기본적으로 신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다. 신대통령제는 겉으로는 대통령제 를 표방하지만 대부분의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독재 체제를 말한다. 보통 신대통령제는 서구 적 민주주의를 적절히 소화하지 못 하는 후진 사회에서 자주 발견된다. 과거 한국의 독재정부가 대표적인 예시다. 구 판엠에서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장관을 대놓고 독살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 력을 지니고 있다.
구 판엠은 현재 미국이 지향하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아닌 철저한 계급제와 배급제를 시 행하는 국가 사회주의 체제를 따르고 있다. 지역에 따른 분업을 기반으로 하여 모든 자원과 부를 캐피톨로 모으고 각 구역의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캐피톨과 나머지 지역 간의 빈부격차는 물론이고 구역 간의 빈부격차 역시 심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배분의 대가 로 헝거게임 참가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구 판엠은 사회문화적으로 과거 로마제국이 떠오르게 하는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다. 특 수한 경기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헝거게임이 캐피톨 시민들의 유흥거리로 소비된다거나 돈 때 문에 반강제적으로 지원하는 모습과 조공인들을 전차에 태워 소개하는 모습 등은 검투사 경기를 닮았다. 또 캐피톨 시민들이 진한 화장을 하고 화려한 의복을 입는 모습과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구토를 유발하는 액체를 마시는 장면 등이 당시 로마귀족들의 생활 양식에서 보여졌던 행태 와 유사하다.
새 판엠을 분석하기 전에 그 근간이 되는 13구역을 먼저 분석해볼 것이다. 13구역은 기본적으로 13개 구역 중의 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앞으로는 구 판엠이 존재하던 시기에 13구역에 새 워진 자치구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할 것이다.
13구역은 공화정을 표방하는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보단 공산주의를 지향한 다. 다만 가장 마지막 대통령인 코인이 구 판엠의 독재자였던 스노우와 마찬가지로 공포정치와 선전 선동을 기반으로 정적을 제거하여 자신의 권력을 지키던 지도자였음을 고려하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구 판엠과 13구역 사이의 관계는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 입장에서 북한 정권이 반헌법적으로 세워진 정권인 것처럼 구 판엠의 입장에서 13구역은 불법적으로 땅을 점령한 반란군 세력이다. 서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손해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고 싸 우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새 판엠은 13구역 주도하에 이루어진 혁명으로 세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13구역의 정치/경제 체 제를 기본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 이후 상황이 별로 묘사된 바가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판단 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구 판엠과 새 판엠의 정치/경제 체제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신대통령제도 미성 숙하나마 공화정의 산물임을 고려하면 둘 다 현 미국의 민주정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국가 모두 자본주의에 따른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를 따른다는 점에서 지금의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유”라고 불리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부작용을 감수할 정도로 미국에게 자유는 중요한 개념이다. 미국이란 나라에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최근에 발간한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다. 트럼프 행정부 소속 법무부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법원에 요청했으나 요청이 기각되었다. 이 때 담당판사는 출판을 막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면서도 회고록이 출간되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어째서 미국이 망하고 세워진 판엠이란 개인의 자유보단 국가가 우선하고 지역을 산업에 따라 나 누고 중앙에서 분배하는 나라가 건국되었을까?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현대사회가 붕괴를 맞이하였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계획도시로만 이루어진 “계획국가”를 설립하게 되었다. 사회 기반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멀쩡한 도시에 사람들이 모였을 것이고 그들이 초기 설립자가 되어 기계적으로 구역을 나누고 산업을 배정하여 국가를 일궈냈을 가능성이 크다.
위기 상황에서 권력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는 체계를 갖추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 자연스 레 초기 도시건설 계획자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도시간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부와 권력은 캐피톨에 집중되어 초기 판엠이 되었을 것이다.
판엠의 체제를 몇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구 판엠은 독재와 계급주의 그리고 국가 사회주 의로 정리되고 새 판엠은 공화정과 공산주의로 정리된다. 각각의 개념에 대해 평을 하자면 다음 과 같다.
1.4.1 구 판엠의 체제
“독재는 나쁘다.”라는 명제는 현대사회에서 진리로 여겨진다. 독재 체제의 가장 큰 단점은 권력자 의 악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권을 탄압하고 부를 독점하는 등의 ‘적극적 악행’ 뿐만 아니라 단순히 무능하여 사회 구성원들을 힘들게 하는 ‘소극적 악행’도 막기가 어렵다. 독재자가 탐욕스러울수록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요구된다. 소위 ‘철인’이라 불 리는 완벽한 인간이 존재한다면 1인 혹은 소수가 권한을 모두 갖는 정치체제가 가장 이상적인 형 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완벽한 인간이 존재할 수 없기에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견제 받지 않는 체제는 필연적으로 타락한 권력자에 의한 독재로 귀결된다.
구 판엠의 계급주의는 다른 사람이 그저 장난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하지만 계급주의가 없 는 나라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 정도로 현대사회에도 계급주의가 만연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회적 차별은 ‘계급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야기된다. 계급주의적 사고방식은 특정 집단에 속 하여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욕구와 낯선 것에 대한 배타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사고방식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해당하는 인종이나 성별 혹은 종교 등을 타 인종이나 성별 혹은 종교 등과 구분하고 차별하는 각종 차별과 재산이나 지위를 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계급주의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국가 사회주의가 과거 히틀러 정권의 나치즘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체제가 얼 마나 위험한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개인은 국가가 요구하는 일을 수행해야만 하고 국가에서 허용하는 만큼만 소비할 수 있다. 단순한 애국심 정도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없어지게 된다.
1.4.2 새 판엠의 체제
공화정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체제이다. 민주주의라고 표현할수도 있는 이 방식은 가장 위험이 덜 한 정치 체제라고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큰 단점은 온전히 실현되기 너무나 어렵다는 점이다.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권력을 갖는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하는 요소들이 몇가지 있다. 하나는 시민들의 경제적 상태와 무관 하게 의사표현과 투표과정에서 제약이 없어야 한다. 또 하나는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가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어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선택에 의해 나라가 운영되는 만큼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나쁜 정치인을 선 임할 위험성이 남아있다.
공산주의는 짧게 요약하면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방식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모든 나라들이 이상적인 모습과는 다른 왜곡된 모습을 보이며 실패했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없지 만 소련을 중심으로 꽤나 많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존재했었다. 공산주의 국가들이 실패한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부를 배분하는 권한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량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심한 빈곤과 격차에 반발하여 도입 된 제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기반이 된 사회주의는 유럽 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완전히 자유로운 경쟁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합쳐져서 사회주의적 성격의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좋은 국가 체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개인이 더 잘 살아남기 위해 사회집단이 구성되었고 국가는 현존하는 가장 큰 단위의 사회집단이 다. 따라서 국가의 목적은 구성원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 단순히 외세의 침입을 막는 것 이 외에도 치안을 유지하고 질병이나 기근과 같은 내적 위험을 막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국가 운영을 위해 정부라는 실체적 집단이 필요하다. 소수에게 무작정 일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 기 때문에 사회 일원들의 합의에 의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정부에 위임한 권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며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게으른 자들 의 민주주의는 국가가 없느니만 못 하다.
이미 세상이 불공평하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면 불평등이 심해진다. 이것이 자유 시장경제가 실패 하는 이유다. 국가는 개개인이 모두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시장 에 개입하여 이미 존재하는 차별들을 철폐해 나가야 한다.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의 문명이 멸망한 이후의 세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판엠의 과학 기술력은 분야별로 차이가 큰 편이다. 유전체공학과 의학 등의 생명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는 현존하는 수준보다 훨씬 뛰어나 보이는 반면에 물리학이나 기계공학과 같은 분야는 지금 과 비슷한 수준이다.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이 세계대전 기간에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내에 수많은 과학 기술들이 묘사되는데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지는 투명벽과 같이 원리를 파 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기술들이나 자동차나 총처럼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기술들은 제외하고 현 재 존재하지만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거나 근미래에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술들에 대해서만 알 아보도록 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판엠의 과학기술을 분석하기 전에 판엠의 기술력을 근거로 판엠의 규모에 대해 추론 해보도록 하겠다. 엄밀성이 높은 방법은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된다.
판엠의 규모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판엠이 이용하는 전력 공급원을 살펴보면 된다. 캐피톨은 수도 이자 메가시티로 묘사된다. 반면에 12구역의 인구수는 대략 만 명정도 밖에 안된다. 그러므로 캐 피톨이 전력사용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형 댐을 통한 수력발전이 수도 인 캐피톨의 주요 전력 공급원으로 기능했다. 댐이 무너지자 도시가 정전되고 캐피톨의 방어체계 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2018년 한국에서 수력발전을 통한 발전량은 시간당 7000기가와트(GW) 가 안되는 수준이다. 발전소 하나에서 생산되는 발전량은 제일 큰 경우도 시간당 800기가와트보 다 적다. 이렇게만 보면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시간당 약 50만 기가와트로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1.5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기술이 발달하여 발전소에서 시간당 3000기가와트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해도 판엠의 전력소비 량이 2018년 한국의 1퍼센트도 안되는 수준인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눈에 띄는 탈것이 두 개가 있다. 바로 ‘호버크래프트’라고 불리는 수직 이착륙 기와 조공인들을 태우는 자기부상열차다. 수직 이착륙기와 자기부상열차는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 화 단계에 들어선 기술은 아니지만 이미 실용화된 기술이다. 영화 내에서도 군용으로만 쓰이거나 조공인을 운송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2.2.1 호버크래프트
판엠에는 구동방식을 기준으로 크게 두 종류의 수직 이착륙기가 있다. 하나는 리프트 팬 방식이 고 다른 하나는 틸트로터식이다.
리프트 팬 방식은 고온의 가스를 방출하는 방식의 제트 엔진을 이용하여 기체를 띄우는 방식이다. 이때 사용되는 제트 엔진을 리프트 팬이라고 부른다. 원하는 고도까지 올라간 후에는 리프트 팬 을 꺼도 일반적인 비행기와 같이 양력에 의해 떠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비행 시에는 주 엔진만 사 용되도록 기계장치를 이용해 리프트 팬으로 가는 동력을 차단한다.
양력은 물체가 유체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물체의 운동방향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을 의미한다. 공기 중에서 비행기의 날개와 같은 아래로 휘어진 물체가 지나갈 때 위쪽과 아래쪽 공기흐름의 차이로 인해 압력차가 생겨서 위로 떠오르는 방향으로 힘이 가해져 비행기가 하늘에 뜰 수 있다.
틸트로터식은 헬리콥터와 같은 추진기를 이용하여 기체를 띄우는 방식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비행기에 추진기만 추가한 모습과 같다. 추진기의 각도를 틀어서 수평을 만들면 수평방향으로 비행 할 수 있다.
2.2.2 자기부상열차
자기부상열차는 말그대로 자기력을 이용하여 바퀴없이 달리는 열차다. 선로에 직접 닿지 않기 때 문에 마찰이 적어 소음과 흔들림이 적고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에서는 시속 320km라 소개되는데 자기부상열차 치고는 느린 편이다. 현재 고속형 자기부상열차의 최고 속력은 시속 600km가 넘는다. 다만 효용성 문제로 인해 실제 사용되는 자기부상열차는 저속형으 로 대개 시속 100km 안팎의 속력으로 운행 중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한 전자석을 만들어 선로에 서 뜨게 만드는데 그 방식에 따라 흡입식과 반발식으로 나뉜다. 흡입식은 열차를 선로가 당겨서 띄우는 방식이고 반발은 바닥에서 열차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이때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주로 코일을 냉각시킨 초전도 전자석을 이용한다. 코일의 온도가 일정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저항 이 0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는 바퀴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전동기로 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형 전동기를 통 해 가속을 하게 되는데 이는 선로에 N극과 S극이 반복해서 나타나도록 하여 전자석을 계속해서 밀고 당김으로써 가속하는 방식이다.
2.3 홀로그래피
판엠의 광학 기술은 상당히 진보된 수준인데 그 대표적인 예시가 홀로그래피다. 홀로그래피는 서 로 다른 지점에서 빛을 쏴서 빛의 간섭을 통해 입체적인 형태로 정보를 시각화 하는 것이다. 이 때 빛의 파장과 위상이 정돈된 레이저를 이용한다. 이 홀로그래피 기술로 촬영된 영상물을 홀로 그램이라 한다.
한 파장이 다른 파장과 어떤 지점에서 만나게 되면 서로의 진폭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를 간섭 현상이라 부른다. 줄을 양쪽에서 잡고 흔들면 가운데 폭이 커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간섭의 한 예 시이다. 빛은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빛끼리도 간섭을 하는데 빨간빛과 초록빛을 비추면 노랗게 보이는 것이 간섭현상 때문이다. 특수하게 설계한 레이저 빛을 쏘아 간섭을 일으켜 원하는 형태로 시각화 하는 것이 홀로그래피 기술의 핵심이다.
홀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아날로그 홀로그램과 디지털 홀로그램이다. 유사 홀 로그램을 홀로그램의 종류에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기술적으로 본래의 홀로그램과는 차이가 있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쉽게 말하자면 입체적으로 보이는 평면 사진이다. 현재 이용되는 홀로그램 은 아날로그 홀로그램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화재 등을 전시할 때 사용된다.
디지털 홀로그램은 평면의 막이 아닌 공중에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흔히 SF영화에 나오 는 홀로그램이 바로 디지털 홀로그램이며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나오는 기술도 이것이다. 아직까 지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현되지 못한 기술이다.
2012년에 처음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을 봤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개봉한 3편의 영화를 봤을 때는 전혀 달랐다. 정의로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기에 헝거게임 시리즈를 봄으로써 산발적으로 떠오르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얼핏 보면 설정에 허점이 많은 어설픈 오락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헝거게임 시리즈 안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 한다. 국가의 형태와 존재의의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진영은 다르지만 성향은 다를 바 없는 지도자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거대한 혁명의 흐름 속에 휘말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독재자가 나쁘고 독재국가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재자에 대항하는 세력의 지도자는 진정 선한 사람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독재국가를 무너뜨려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겠다는 목적 앞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상황이 괜찮은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 살고자 하는 목적을 불특정 다수의 관점과 집단 속 개인의 관점을 나눠서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다양한 사안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그저 학문적으로 어떤 정치체제가 좋고 어떤 경제체제가 좋은 지를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럼에도 놓지 않고 있는 본질은 사람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가 우선이네 평등이 우선이 네 같은 부질없는 논쟁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개개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 어야 한다는 진리가 이야기 전체에 내재되어 있다.
영화 상의 시각적 표현과 배우의 연기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고 몰입하여 생각할 수 있는 틀 을 제공한다. 주인공 캣니스 역을 맡은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 덕분에 캣니스라는 인물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노우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구 판엠의 체제에 대한 거부 감 그리고 스노우와 다를 바 없는 코인에 대한 혐오감 같은 감정들과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고 싶 다는 결연한 의지 그리고 진정 자신이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뇌 등 혁명이라는 커다란 사건 속에서 개인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헝거게임 시리즈를 보고 든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우선하지 않는다. 인간이 온전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집단을 이루어 사는 것이 흩어져 사는 것보다 안전하다. 그래서 국가라는 거대 집단이 필요하다. 즉 국가의 임무는 사 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가는 절대 개인에 우선하지 않는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사가 국가 운영에 정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실질적인 일을 담당하는 정부가 멋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구성 원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 다수결은 불가피하지만 다수결로 인해 소수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속아 비논리적인 결정을 하게 되 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지녀야 하지만 불행히도 이미 세상은 부와 권력이 편중되어 불평등하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불 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70기 강시형
- 이 글은 Google Play 스토어에서 무료로 열람하실 수 있는 도서 <Feelm: 1권>(서강영화공동체, 2020)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