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커셋은 인상주의 화가로서, 프랑스에서 시작한 인상주의 화풍에 속하는 세 명의 여류작가 중 한 명이다. 또한, 프랑스 인상주의를 섭렵한 유일한 미국 작가이다.
필자는 메리 커셋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작품들에서는 부드러운 붓 터치와 화사한 색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 커셋은 주로 어머니와 아이들을 묘사하는 그림들을 그렸는데, 그녀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모성애가 듬뿍 담긴 사랑스러운 장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 살펴볼 두 개의 그림은 극장의 칸막이 관람석에 앉아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칸막이 관람석에서(In the Loge)>와 <칸막이 관람석의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Woman with a Pearl Necklace in a Loge)>은 일 년의 간격을 두고 그려진 그림인데, 서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의 대상이 된다.
당시에 오페라나 이와 비슷한 공연장들은 여자들의 사교의 장이었다. 여자들은 이러한 자리에 공연을 보러 간다기보다는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앉아서 서로의 의상과 모습을 탐색하였다. 먼저 <칸막이 관람석에서>라는 그림을 살펴보자. 검은 드레스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는, 칸막이 관람석에서 오른손에 쥔 소형 망원경을 이용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표정에서 약간의 미소를 느낄 수 있으며 반짝이는 진주 귀걸이는 그녀의 어두운 의상을 조금이라도 돋보이게 해 준다. 그녀가 왼손에 들고 있는 부채는 잠시 접어둔 것으로 보이며, 그 당시 부채는 모든 여자가 즐겨 드는 액세서리였다. 칸막이 관람석 안의 여자는 과연 망원경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이럴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본다. 아마 그녀는 관람석에 앉아있는 다른 관객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옷차림을 구경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만약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면, 무대 위의 화려한 분장을 한 연기자들의 의상과 화장에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 멀리 망원경으로 이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는 이 여자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혹시 염탐? 호기심 가득한 그녀의 행동은 맞은편의 남자가 자신을 보게끔 한다. 어쩌면 이 남자도 이 여인의 의상과 행동거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칸막이 관람석의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은 매리 커셋이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여인을 그린 그림이다. 현대의 미술 비평가들은 매리 커셋이 자신의 여동생 리디아를 그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여자는 분홍색 오픈 숄더 드레스를 입고 하얀색 장갑을 낀 손으로 부채를 들고 있다. 그녀의 목에는 진주 목걸이가, 머리에는 장식이 달려있는데, 이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녀의 뒤에 걸려있는 거울이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뒷모습과 특별석의 모습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어, 현재 그녀의 앞에 보이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필자는 이 그림의 구도가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거울에 반사된 오페라 하우스의 전경을 뒤로 앉아있는 한 여인의 앞모습을 그린 매리 커셋은 이런 구도에서 생동감을 포착하였다. 이 당시 사교 무대에 섰던 여인들은 모두 장갑을 끼었는데, 이것은 상류층의 여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맨손으로 있다는 것은 예의범절에 어긋나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음을 의미했으며, 꽤 창피한 일로 여겨졌다.
여기까지 같은 소재를 다룬 메리 커셋의 두 가지 다른 그림을 함께 살펴보았다. 필자의 시선에서 먼저 눈길이 가는 그림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여인이지만, 그림의 뒤 내막을 더 알고 싶게 만드는 그림은 검은색 의상을 입고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신비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