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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일 Aug 01. 2020

30. Epilogue

“능인(能忍) = 잘 참는 사람”

후련합니다. 속을 시원하게 비워낸 기분이에요. 이제 새로운 것들을 맘 편히 담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글을 쓰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십수 년을 바쁘게 기획자로서 살아오며 못 해온 글쓰기를 코로나 19 덕분에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일을 다시 정립하고자 시간을 갖고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서울 모처의 오래된 이자카야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자카야 구이용 불판을 원고지 삼아 글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요. 북적거리는 손님들의 수다 속에 열심히 메로를 구우며 글을 썼습니다. 구수한 구이 향기가 나름 습작에 많은 도움이 된 듯합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어요.

엄마는 내 이야기의 원점이고 시작이 되리라 언제나 생각해왔습니다. 엄마를 뵙기 위해 매일 드나든 병실에서 작품을 구상했었습니다. 병상의 시간이 길어지며 지쳐갈 때쯤 신기하게도 하나씩 마음에 느껴지는 것들이 생겼어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겪고 있는 현실의 현상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실은 똑같아 보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 마음을 느낀 이 후로는 원망보다는 감사함이 많아졌습니다.

능인. 잘 참는 사람.
엄마의 인내 덕분에 내가 깊이 느낀 것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이미 능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능인이라는 말은 완성된 모습이 아닌 도전하는 모습 자체를 말한다는 것을 깊이 납득했습니다. 수많은 병원들. 그 병상의 가족을 돌보는 이들도 이미 능인이고, 병상에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도 이미 능인입니다. 또한 공부하는 학생들, 집안일에 바쁜 주부들, 성실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 누구나가 이미 나름의 인내 속에 가치를 만들어가는 능인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저 평범한 나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길 바랍니다.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인내의 노력으로 나름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모든 능인들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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