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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Sep 11. 2024

9월 11일 수요일 비 오는 날

복잡한 마음 달래기

뜨겁게 내리던 햇살이 구름 뒤에 가려 결국은 비가 내린다. 뜨겁던 아스팔트의 열기가 조금이나마 식어가는 듯하다.


9월의 폭염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또 어느 순간 이 날을 추억하는 날이 올 것이다.

오늘의 내 감정은 뭔가 안개가 자욱한 거리를 헤매는 기분이 든다. 들쑥날쑥한 나의 기분에 내가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힘이 없다.


남편의 전화도 메시지음으로 돌렸다. 항상 나를 걱정하는 남편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지가 않다.  눈치 빠른 남편은 다시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면서 나에게 불필요한 생각은 버리라는 충고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이들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둘째를 학원에 데려다 준후 첫째를 데리러 가는 길 비가 왔다. 주차장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딸이 추가적인 일이 있어 늦게 나온다는 연락이다.


학교에서 하는 일이. 너무 많아 나는 항상 불만이 많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라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 올 해는 유독 일도 많고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들이 생기니 아이가 학교 일을 맡는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된다.

전교 임원은 돼도 걱정, 안 되어도 걱정.. 아이의 선택만을 응원한다며 내 마음을 달랜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이 생긴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내가 미안하고 아프고 짜증 내는 내가 미안하다.

나도 사람이라 매일 착한 엄마일 수는 없다. 나도 모르게 감정조절이 안되어 버럭 해버리고 그것 때문에 내 온몸은 아프고 저린다.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감정이 상한 나는 쉽게 풀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조용하게 오디오북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멍 때리며 감정의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오늘을 잘 살아야 내일의 멋진 나를 기약할 수 있다. 다시 좋은 글과 말로 나를 다시 무장하고 힘듬은 비에 씻겨가길 바라며 빗방울 소리에 귀를 연다. 폭우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멍한 내 마음 진정시켜 본다.

자연의 소리는 무엇이든 힐링이 된다.

지친 마음 빗소리에 집중하며 몸 속의 잠자던 나를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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