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시절은 스포츠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겠다.
축구, 농구, 게임. 이 3가지를 할 때 가장 좋았다. 축구는 살짝 반강제로 했기때문에 뺄까도 생각했는데, 그래도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축구를 할 때 가장 좋았던 건 전략적사고와 협업이었다. 농구를 할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전략적사고와 협업이었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할 때도 좋았던 점은 전략적사고와 협업이다. 전략적사고와 협업이라니, 업무에서 쓰일법한 용어를 왜 어린시절 활동에서 꺼내냐고 의아해 할 수 있겠다. 그치만 난 정말 저 활동들을 할 때 전략적사고와 협업이 가장 좋았다.
축구든 농구든 게임이든 스포츠는 어떤 목표가 있고 목표를 달성하면 승리한다. 그리고 정해진 규칙이 있다. 함께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각 팀의 목표를 달성하면 승리한다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스포츠나 이 구조는 마찬가지다.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승리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전략을 구상하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걸 좋아했다.
'차범근 축구교실' 당시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작았다. 달리기가 빠르지도 않았다. 축구하기에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경기에 참여한 플레이어로서 이기기위해 노력해야 하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리한 건 포기하고, 내가 유리해질 상황을 만들고 그 판에서 플레이를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떻게하면 내가 더 유리할까. 몸집은 작았지만 다리가 유난히 튼튼했다. 정강이와 무릎이 단단하고 킥이 좋았다. 몸싸움을 하면 꼭 내가 밀렸지만, 다리가 부딪힌 아이들은 아프다고 떼굴떼굴 굴렀다. 이거다 싶었다. 물론 고의로 걷어차면 반칙이지만 몸싸움을 하듯 다리로 버티거나 서로 동시에 차면 반칙이 아니다. 그래서 상체싸움은 최대한 피하면서 하체싸움위주로 내 영역을 지켜냈다.
농구할 때도 역시 신체적인 한계가 있었다. 키 큰 플레이어들과 함께 공중에서 붙으면 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드리블과 패스가 좋았다. 그래서 코트 전체에 있는 우리팀과 상대팀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공을 어느쪽으로 돌려야 유리해질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득점은 키가 크고 슛 감각이 좋은 친구가 하면 된다. 나는 내가 잘하는 걸 더 강화해서 플레이했고 그래서 나름 재미를 봤다.
이런 전략적사고가 필요한건 게임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캐릭터를 움직여야 유리한지, 어떤 상황이 나에게 가장 최선인지를 늘 고려하면서 움직였고 그래서 게임도 잘하는 편이었다.
스포츠에서 혼자하는 종목이 아닌경우, 전략과 동시에 협업이 필요하다. 혼자서 아무리 날뛰어도 다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업도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팀의 누가 어떤 강점이 있고 약점이 무엇인지, 성격은 어떻고 어떤 습관이 있는지 등등을 파악해서 그에 맞춰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써서 구상한 전략대로 판이 흘러가고 함께 플레이하는 팀원들이 쿵짝이 잘맞을 때 가장 큰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곤 했다. 어릴적 이런 경험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기획을 좋아하고, 혼자보단 팀을 좋아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