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_대부도

바다로, 산으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by 현용찬

준비해둔 배낭을 꺼내 들었다. 텐트와 침낭을 챙기며 마음속에선 이미 길 위에 있었다. 산일까, 바다일까. 어디든 좋았다. 그저 도시의 소음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차량을 알아보며 여행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바다도, 산도 아닌 서울행 캠핑카가 눈에 들어왔다. 계획과는 달랐지만, 그 캠핑카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낡았지만 따뜻했고, 누군가의 추억이 담겨 있는 듯한 공간. 캠핑카를 타고 서울대입구역 근처로 향했다.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잠시 머물며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던 중, 안산으로 향하는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가 가까워 보여 마음이 움직였다. 목적지는 고잔동 이마트 근처. 중고차 시장이 밀집된 곳이라, 혹시나 또 다른 차량이 있을까 기대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중고차 시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 오늘은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마트에서 즉석식품을 사고, 마침 옆에 적당한 공간이 있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도시 한복판에서의 야영. 낯설지만 묘하게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차량을 검색했더니 대부도로 가는 대리운전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엔 대리운전을 꺼려했지만, 대부도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결국 손님과 약속을 잡고 부랴부랴 출발 준비. 킥보드도, 자전거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 결국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은 “걸어도 15분 거리인데 왜 타냐”고 물었지만, 마음은 이미 대부도로 향하고 있었다.

대부도까지는 약 40분. 늦은 시간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의뢰인이 “한 잔 하자”고 했다. 고맙게도 집에서 편히 쉬라고 해주셨고, 덕분에 따뜻한 대화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새벽에 일어나 대부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15년 전 이곳을 여행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제부도에서 놀고 먹었던 그 시절의 추억이 다시 피어났다.


지인의 추천으로 탄도항을 찾았다.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 운 좋게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갯벌 체험장이 보였고, 그곳으로 향했다. 탄도바닷길이라는 간판에 한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그리 그뒤에 넓게 펼쳐진 갯벌, 좌우의 작은 갈대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 사람들은 손을 잡고 걷고 있었고, 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체험 행사인 듯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다. 해당화가 피어 있고, 멀리 전망대가 보였다. ‘누에섬 전망대’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올라가 보니 전시실과 시원한 에어컨. 잠시 앉아 쉬며 기록을 남겼다.

돌아오는 길, 정자에서 숨을 고르고 제부도를 오가는 차량과 케이블카를 바라봤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가족들이 함께 갯벌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따뜻했다.


케이블카 출발지인 전곡항까지 걸었다. 주변엔 횟집과 물놀이장이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들도 보였고, 모두가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더 머물까 고민했지만,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차량을 알아봤지만, 토요일이라 탁송은 없었다. 화요일엔 AI 영상 제작 강의가 있어 준비도 해야 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많은 곳을 보고 싶었다.


결국 시골 버스를 타고 수원역까지 돌아왔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오늘의 여행을 되새겼다.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일과 여행, 삶의 체험이 함께한 여정.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미뤄둔 책도 정리하고, 강의도 준비하고, 논문도 다시 손봐야 한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어쩌면 이 여행을 축복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차분히 내 일을 하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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