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화_소

세 번째 이야기: 나의 친구, 나의 놀이터, 일소

by 현용찬




형과 누나가 모두 학교에 가면 나는 혼자였습니다. 왁자지껄하던 집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어린 내게 남은 친구는 우리 집 '일소'뿐이었습니다. 그 소는 다른 소들과 달리 유난히 순했습니다. 소가 풀밭에 길게 누워 있으면 나는 조심스레 등 위로 올라가 미끄럼을 타곤 했습니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면 따뜻한 소의 품에 파고들어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소의 따스한 숨결과 거친 털이 내 어린 몸을 감싸주는 것만 같았죠. 소는 내게 그저 밭을 가는 동물이 아니라, 기댈 곳 없는 어린 친구의 따뜻한 놀이터였습니다.


그렇게 소와 교감하며 지내다 보니, 나는 또래보다 일찍 동네의 큰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마을에서는 돌아가며 소 떼를 공동의 풀밭에 먹이는 당번제를 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내가 그 일을 혼자서 해내곤 했습니다. 무려 20여 마리에 달하는 소 떼를 몰고 가는 일은 어린 내게 벅찰 수 있었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바로 우리 집 일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소는 내가 굳이 소리를 지르거나 막대기를 휘두르지 않아도, 녀석들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앞장서서 걸어갔습니다. 소들의 무리를 지휘하는 듯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리 소의 뒷모습은 그 어떤 장군보다도 든든해 보였습니다. 풀을 먹이다가 내가 지쳐 낮잠이 들면,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소는 나를 깨웠습니다. 묵직한 머리로 내 몸을 툭툭 치며 '이제 가자'고 말하는 듯했죠. 그러면 나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일어섰고, 우리 소는 길 잃은 양 떼처럼 흩어져 있던 다른 소들을 알아서 모아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일소는 내게 묵묵한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였습니다. 말없이 나를 지켜주고,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주었던 나의 특별한 벗. 나의 어린 시절은 그 소의 품에서 배우고, 소의 걸음걸이를 따라가며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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