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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ou Apr 19. 2017

그리스의 부활절 - 프리뷰

ΚΑΛΟ ΠΑΣΧΑ! HAPPY EASTER!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활절. 그리스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가장 큰 명절로 꼽히기도 하고 사실 내가 계속 기다려왔던 이유는 부활절 휴가 때문이다. 휴가 따위 없는 인턴에게 한줄기 빛 같다고나 할까..

부활절 잘 보내세요!

98% 이상의 그리스 국민이 정교회의 신자이고 정교회를 국교로 하고 있는 그리스의 부활절 전통은 참 독특하다.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국교가 있는 나라의 삶을 경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가 얼마나 그 문화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스에겐 정교회가 단지 신앙심에 따른 종교일 뿐만 아니라 터키 지배 시절 그리스인을 결속시켜준 힘이자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방의 가톨릭 교회에선 그레고리우스력을, 동방 정교회에서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여 부활절 날짜가 매년 다른데, 4년에 한 번인 이번 부활절은 같은 날짜로 부활절을 맞게 되었다. 

Η Ανάσταση, 부활

작년 부활절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는데, 운 좋게도 올해 또 그리스에서 부활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부활절이 얼마나 큰 명절이냐 하면, 부활절 두 달 전부터 틈틈이 준비를 하는 느낌? 부활절 금식 이전에 고기를 실컷 먹고 즐기는 사육제 아포크리에스, 2월 즈음부터 시작하는 금식. 그리고 부활절 한 달 전부터 이미 길거리엔 부활절 관련 상품으로 가득가득하다.

이스터에그, 계란 모양 초콜릿, 토끼, 닭 등 부활절의 상징물을 제품으로 많이 팔지만, 그리스 정교회 부활절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Λαμπάδα, 람바다 라고 하는 초이다. 부활절 전날인 토요일에는 예루살렘에서 거룩한 불 의식을 하는데, 예수의 무덤에서 피운? 불을 거룩한 불이라 하여 이 불을 대주교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신다. 나도 매년 티비를 통해 보는데 뭔가 귀엽다.

사진출처: CNN Greece

이렇게 애지중지 모셔온 Holy Fire를 플라카였나, 시내에 있는 한 교회로 옮기고 또 각 교회에서 가져가고 으챠으챠해서 사람들도 집 앞 교회에 모여 자신의 초에 옮겨 붙여 간다. 초를 집에서 다 탈 때까지 붙여 뭐 가족의 축복을 빌고... 그런 거 아닐까?ㅎㅎ 그렇다 보니 초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초가 많은데, 아이의 대부나 대모가 선물을 해주는 것이 전통이다. 나는... 8ㅁ8 

작년에 초를 둘 곳이 없어 잠시 소파 매트리스에 끼워두었다가 소파를 태워버렸다^____^ 실제로 예배드리다가 졸아서 머리를 태우거나, 집안의 물건을 태우거나 하는 일이 있다고 하니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뻔뻔함ㅎ_ㅎ 어차피 올해는 타지에서 부활절을 보내니 집 태울 일은 업써!


그리고 또 다른 신기한 계란, 빨간 계란! 어렸을 때 부활절만 되면 교회에서 예쁘게 포장된 계란을 주곤 했지만, 그리스에서는 계란에 빨간 칠을 해서 판다! 계란의 껍질은 예수의 무덤, 빨간색은 예수의 피를 상징하기 때문에 부활절 저녁에 계란을 서로 깨트리는 놀이를 한다.

이렇게 위아래로 세워놓고 깨트려서 마지막까지 깨지지 않는 사람이 한 해의 행운이 깃든다고 한다. 넷이서 해봤는데 김광민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좋겠다^__^ 근데 빨간 계란 까면 손이랑 계란에 빨간 거 묻는다ㅠ


이 빵은 츄레끼 라고 하는 빵인데 발효된 모닝빵 같다. 내 스타일은 아니라 먹지 않는다. 그런데 부활절에 먹는 빵이라고 함.. 뭐만 하면 이거 먹는 것 같은데 아닌가..

정교회 신자들은 부활절 7주 전부터 고기, 생선, 유제품, 달걀 등 살생을 통해 얻어지는 음식을 먹지 않는 금식을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금식하느라 먹지 못했던 고기를 이날 실컷 먹기 때문에 부활절이 되면 온 거리에 꼬챙이에 양이 지글지글 돌아가며 익고 있다. 가장 덜 징그러운 이미지를 가져왔으나, 실사 버전은 굉장히 징그럽다는 거.... 동영상 올리려고 변환해놨다ㅎㅎㅎ


부활절 일요일을 포함하는 마지막 주를 Μεγάλη Εβδομάδα, Great Week라고 하는 가장 성스러운 성대 주간이다. 금식을 지키지 않던 사람들도 이 주만큼은 엄숙하게 금식을 한다고 하기도 한다. 교회에서는 매일 정성스럽게 예배를 드린다. 성 수요일에는 집안 청소를 하고, 목요일에는 예수의 고난과 관련된 못, 망치질이 금지되어있다고..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부활절 의식은 Μεγάλη Παρασκευή, Good Friday부터 시작된다. 각 교회마다 꽃상여를 만들어 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동네 사람들은 뒤를 이어 따라다닌다. 군인이나 경찰 등의 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부턴 생생한 현장 사진을 위해 다음 로도스 편에서 쓰면서 올려야겠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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