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브랜드 '보꾸' 이야기 (1)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Y가 어느 날 제게 말했습니다. 그는 망가져가는 지구를 되살리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4년을 걸었습니다. 그런 그가, 기후위기 앞에서 스스로의 행동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얘기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가 조금이라도 더 지구를 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실 앞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려 애쓰는 자신의 노력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말이죠.
Y와 저는 20대 초반의 나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지구가 따뜻해져 북극곰이 위험해지는 '지구온난화'의 시대를 살았고, 지금은 뜨거워진 기후가 사람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서의 첫 해를 보내고 있을 때,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 평균)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파리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파리 협정이 있었던 COP21은 이제 COP30이 되었고, 그동안 기온은 무난하게 상승하여 결국 1.5도를 넘겼습니다.
문제는 악화되고,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기후위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기후우울자와, 문제의 심각성을 애써 무시하는(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기후회피자로 나뉜 듯 보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Y의 말처럼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작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사실에 슬퍼하거나, 모른 척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우울과 회피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려왔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으니까요.
제 기억을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고래 뱃속의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 2018년, 인도네시아 해변에 떠밀려온 고래 사체는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죽은 고래의 위 안에서는 플라스틱 컵 115개, 플라스틱병 4개, 비닐봉지 25개, 실 뭉치가 나왔습니다. 이 장면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그건 고래 속에 너무 많은 플라스틱이 들어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플라스틱의 개수가 너무 적었습니다.
누군가가 매일 한 잔의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1년에만 365개의 플라스틱 컵이 버려집니다. 심지어 그 음료를 비닐봉투에 담아서 들고 다니고, 음료를 마시면 목이 마르니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사고... 우리가 하루하루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을 생각하면, 고래의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은 결코 많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매일 음료 한 컵씩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고래 세 마리의 배를 꽉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제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저는 그 사실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사소한 일상이 고래를 죽인다는 건, 일상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고래를 살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개인의 실천을 티끌처럼 여기곤 합니다. 기후위기의 문제 앞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천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과 정부의 영향이 훨씬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비율의 차이가 개개인의 행동이 가지는 의미의 크기를 줄이진 못합니다.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래를 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티끌같은 실천이 모여 태산을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실천은 이미 태산입니다.
노력의 의미를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효능감'이었습니다. 내가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의 방향은 '덜 나빠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지향하고,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지만, 이는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줄일 뿐, 이미 망가진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남들이 지구를 망가뜨리는 속도보다 조금 천천히 망가뜨리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긍정적인 답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야 개인의 행동이 지구 생태계의 회복으로 직접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제로웨이스트'의 구호를 '플러스에코'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우리의 행동이 환경을 '더 좋게' 만든다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탄소'였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는 결국 탄소의 과도한 배출에서 기인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은 이미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 시점이 아직 불투명한 데다가,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곁에는 너무도 친숙한 탄소 흡수원이 있습니다. 바로 식물입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죠. 식물이 모인 숲은 지구 상의 가장 거대한 탄소 흡수원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숲을 통해 세상을 바꿔볼 수는 없을까요? 개인의 실천이 숲의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는 '덜 파괴하는 사람'에서 '더 살리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 팀원들과 함께 생태계교란식물인 '환삼덩굴'을 활용한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 보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삼덩굴은 다른 식물을 덮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숲의 탄소 흡수를 방해합니다. 보꾸는 환삼덩굴을 직접 정리해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그 과정에서 얻은 항산화 성분을 활용해 세안바와 샴푸바를 만들고 있어요. 개인의 실천이 숲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나를 가꾸는 일이 지구를 가꾸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저희가 개인의 실천과 생태계의 회복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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