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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May 06. 2022

거절의 품격

상대를 평생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거절에도 품격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거래처 사장님이 있다. 이분은 무엇보다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준다. 늘 말끝에는 ‘내가 도울 건 없고?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해. 가능한 건 도울게요’라고 묻곤 한다. 단 몇 마디의 말로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친절함은 꼭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이분에게 다소 무리한 부탁을 드린 적이 있었다. 꼭 구해야만 하는 게 있었는데 일정도, 금액도, 모든 게 빠듯한 상태에서 물건을 구해줄 수 없겠냐는 내용이었다. 한 번에 거절할 거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흔쾌히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는 답을 받았다. 몇 군데를 통해 물어봤을 때 이미 안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에 큰 기대는 없었지만, 막막한 상황에 단비 같은 말이었다.

이틀 후 그분께 온 문자에는 “선생님,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역시 어렵네요. 하지만 그래도 가능한지 다시 경로로 한번 알아볼게요”라고 적혀있었다. 내가 묻기도 전에 연락을 주는 그 배려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다음다음날, “다시 한번 알아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요. 다음엔 좀 미리 연락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이 못되어 미안해요.”라고 말이다.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결과는 같았겠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고맙게 여겨졌다. 왜냐하면 이렇게 나누어 연락하고 중간 과정을 공유하고, 최종 결과까지 전달받는 과정을 통해 나의 부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들어주려 애쓴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결과라도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일로 그분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감동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고민의 흔적’과 ‘내가 먼저 묻기도 전’에 이다. 이는 상대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게 해 주고, 내가 상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도록 했다. 경우에 따라 단번에 빠르게 거절하는 게 최선인 경우도 있지만, 또 때론 이렇게 여러 번에 나누어 신중하고 배려 깊은 인상을 남기며 거절하는 방법도 있다는 건 무척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거절에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관계와 서로의 입장이 모두 다르니까요. 경우에 따라 지혜롭게 대처하며 버거운 인간관계에서 나를 지켜내는 내공을 쌓는 시간이었기 바랍니다. 


이상, 엄마 백신 김 작가의 마음 백신 거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였습니다.


이 모든 에피소드는 라디오 오디오북에서 작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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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당신의 거절은 안녕하신가요 / 김선희>

https://www.nadio.co.kr/series/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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