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빛 속에 온몸이 잠기면 오롯이 속할 수 있을까.
밤중에 홀로 산책길을 거닐었다. 인적도 가로등 하나도 없이 어두운 산책로가 어느 결에 훤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산허리에 거대한 초승달이 은은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하늘에 떠오른 초승달이 낳은 달그림자였다. 하늘에 산 위에 미소처럼 걸린 두 개의 크고 작은 초승달.
쏟아지는 달빛이 몹시도 근사했다.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시선에 담긴 처연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달빛 속에 온몸이 잠기면 오롯이 속할 수 있을까. 아무리 채우려 채울 수 없는 마음에 자리 잡아 한없이 차오르고 비워지길 잇따르겠지.
그러나 닿으려 닿지 못하는 초라한 마음에도 잊지 않고 다가와 어루만져 주는, 아무래도 좋을 나의 고운 달빛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