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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Nov 08. 2021

초승달

저 달빛 속에 온몸이 잠기면 오롯이 속할 수 있을까.

Photo by. raprom / Unsplash


   밤중에 홀로 산책길을 거닐었다. 인적도 가로등 하나도 없이 어두운 산책로가 어느 결에 훤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산허리에 거대한 초승달이 은은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하늘에 떠오른 초승달이 낳은 달그림자였다. 하늘에 산 위에 미소처럼 걸린 두 개의 크고 작은 초승달.


    쏟아지는 달빛이 몹시도 근사했다. 그저 바라만  수밖에 없는 시선에 담긴 처연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달빛 속에 온몸이 잠기면 오롯이 속할  있을까. 아무리 채우려 채울  없는 마음에 자리 잡아 한없이 차오르고 비워지길 잇따르겠지.


    그러나 닿으려 닿지 못하는 초라한 마음에도 잊지 않고 다가와 어루만져 주는, 아무래도 좋을 나의 고운 달빛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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