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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Apr 09. 2024

세상이 내 무대

바다 같은 사람으로 서툴게 인물 구축 중.

단둘이 산책길에서 흩날리는 한철 벚꽃이 아쉬운 엄마는 문득 내게 말했다. 꿈 많고 재능 많던 우리 딸, 좋아하던 무대에 못 서서 어째.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이제 내 무대는 세상이에요.


물론 그다음 말은 마저 잇지 못했다 : 이제는 관객이 아닌 세상을 대상으로, 구차하고 너절한 일상의 영위를 <나>로서 사고하고, 움직이고, 스치고 머무르는 간들이 모이고 모여 <나>라는 하나의 인물을 서툴지만 확실하게 구축해가고 있다고. 나는 오래도록 이탈된 줄 알았던 평범을 간곡히 좇았건만 사실은 결핍된 만큼 채우고 있는 지극히 보통의 생이라고(<밑 빠진 독에 붓는 물> 인지 <자정작용 중인 바다>인지는 처한 순간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지만.).


이토록 서툴더라도 나의 지향은 분명했다. 무엇이든 받아내는 바다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내가 품거나 나를 향한 날 선 악의는 맑게 자정하고, 굽어 내리 비추는 빛을 부서지는 파도결에 그대로 비춰 올리는, 바다 같은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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