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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상

기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언젠간 돌아오겠지.

by 이선하

고독이 불안한 나도, 고독을 즐기는 나도, 만사가 귀찮은 무기력한 나도, 어떻게든 의욕을 찾고자 고군분투 노력하는 나도, 만족스러운 나도, 불편한 나도, 분노하는 나도, 달관한 나도. 모두 나다.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기로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론 내 의지로 무엇이든 결정을 내리고, 그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나를 이루고 또 갖춘다. 오롯이 나의 주체적인 정체성이다.


근데, 분명 회복되어 가는 듯 어딘가 고장 난 것 같다. 마냥 비관과 낙관에 치우침도 아니면서 무감과 평정심은 더더욱 아닌.


그게 뭘까 싶어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은, ‘진정으로 기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불안이와 우울이가 계기판을 장악한 그 시점부터 기쁨이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하지만 언젠간 돌아오겠지. 내 생애 마지막 순간 직전에라도 좋으니 부디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고 돌아오기를. 그때가 온다면 고생 많았다고 꼭 안아줄 테니. 기쁨이 주는 온기는 결국 자신만이 내어줄 수 있는 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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