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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som Jan 05. 2020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가장 미안하고 고마운, 그랬던 나에게

스윙이라는 킥보드를 탔다. 타보고 싶어 안달이 났던 내 기분이 한숨에 뻥 뚤렸다. 그럼과 동시에 머리가 울렁인다. 역시 뭐든 경험해 보면 ‘아니다’는 사실이 먼저 와닿는다. 꿈에 그리던 직장을 들어가보니 지옥있다는 모두의 결론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킥보드는 아직인가보다. 왜 강남에 먼저 도입되고 이제서야 강북에 상륙했는지 알것 같다. 계획도시가 아닌만큼 강북의 도로사정은 그닥 좋지가 못해서다. 반듯하고 어딜가도 헷갈리지 않는 강남과 다르게 강북은 건물이 먼저 들어서고 도로가 정비되어서인지 길도 길이거니와 울퉁불퉁한 도로가 어지간히 내 뒷통수를 때리고 만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고 달렸더니 두들겨 맞은 나의 뇌가 신호를 준다.


아프단 말이야



최근 고통이 많았다. 15년어 넘어간 직장생활이 이제 이골이 나기도 했고, 반복되는 사람과 일상에 뭐 그리 힘드냐 하겠지만, 역시나 15년 1일이 되는 그날까지 갈등하는게 직장인인가보다. 사표하나 품고 다닌다는 말이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팀장이 나를 불러놓고 그만두고 싶은 티가 너무 난다나 뭐라나. 나도 티안나게 다니고 싶었다. 소리소문없이 그만두고 싶었다. 알게모르게 나에게 표정과 몸짓, 눈빛에서 외치고 있었나보다. 그 울림이 너무 시끄러웠는지 정초부터 불러세워 하는 말이... 거참. 알고도 모른척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상사는 그럴 마음이 없는가보다. 숨가쁘게 하루가 멀다하고 달리고 달리는 와중에 숨통을 트이게 하기 위해 예정에도 없는 휴가를 내버렸다. 휴가란 무엇인가? 나를 달래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제는 의무처럼, 내가 지금 가지 않으면 죽겠구나 하는 절박함으로 출발한 휴가일정. 아무도 안간다는 일본을 간다. 나고야와 시즈오카로. 가고 싶지 않았던 일본인데, 특히 올해는....  그러나 놈팽이의 간절감 때문에 결국 두손을 들었다.

 가자 어디든


벌써 마흔하나가 되었다. 그사이 늘어난 것은 클라이언트를 응대하는 능숙함을 넘어 거짓말이 늘었고, 살이 더찌게 됐다. 스트레스를 핑계삼기에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데 그래도 어쩌겠나. 누구 탓이라도 하려면 스트레스가 되어야만 한다. 안그러면 내 기분이 너무 슬퍼지니까 말이다. 어제 포스트잍에 그동안 못한일과 가보고 싶은 곳들을 대충 적었다. 사고 싶은 것들도 적어보았다. 참, 시간이 없네. 했다. 그래도 도리가 있다면 아직 나는 시안부 인생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먼 미래처럼 그려지는 시간들 속에 하나씩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적었었다. 적고나니 절반은 이룬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못해도, 못할 지라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래, 나 살아있는거 맞지.. 맞다. 맞아!!

마치, 꿈이 생긴것만 같다.
이루어질것만 같기도 하다.


어제 저녁에만해도 그랬다. 그래 17층은 절대 실패할  없는 층수지. 뛰어내리면 한방인데  이렇게 참고 있나. 그러다가 곤히 잠든 범이의 발바닥을 보니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힘들어할진 몰라도 내가 없으면 며칠은 그래도 슬프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 슬프지 않다면 처리해야할 다른 일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에게 상처주지 말아야지. 그러니 살아내야지. 지켜내야지 했다. 그래도 쉽지가 않다. 하루를 지킨다는 .


가장 첫번째로 살기위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해보기로 했다. 만약  몸이 변하면 마음도 조금은 달라질  있지 않을까? 마음이 달라지면 회사를 대하는 마음도, 사람을 다루는 방법도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어제오늘 거울을 보다 느꼈다.  마흔의 몸무게는 20대와는 동일한 킬로수에 다른 느낌을 준다. 조금 지쳐있는 살의 모습을 보고나니, 조금 미안해졌다.  운동하고,  움직이고,  나를 아껴줘야겠다고 말이다. 나는, 그래야 하는 사람이고 스스로  자신이 가장 사랑해줘야할 존재라는 것을. 미안해하고 반성해야할  안의 나를 발견한다. 대견한 내가 되보고자 한다. 그리고 회사생활은 6월말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만둘것인가, 쉬었다 회사를 찾을 것인가. 계속 잔류할 것인가...


나는 그렇게 내가 되어 간다.


이제 마흔 하나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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