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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은 왜 이런 것일까.

대가족 발리 여행기 1

by 이해의선물

발리로 출발하는 1.9일. 마침 날은 이번 겨울 최강 한파가 시작되는 날이다.


반 밖에 채워지지 않은 가벼운 짐가방을 끌고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손이 얼마나 시렵던지 오른손, 왼손으로 손바꾸어가며 가방 손잡이를 쥐고 종종 걸음을 걸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저녁 8시지만 3시 버스를 탔다. 멀리 본가에서 올라오는 어머니 공항 도착 시간이 오후 4시였기 때문이다. '긴 시간 공항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나', '지겨울 거 같은데 어쩌지' 하면서 공항 버스를 기다렸다. 너무 추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 쥐고 언 손을 녹였다. 커피가 제법 식어갈 즈음 버스가 도착했다. 빈 자리 없이 사람들로 꽉 찬 버스는 따뜻했고, 얼었던 몸이 녹으며 노곤하게 잠에 들었다.


"어디야?"

"버스 내려서 똑바로 들어와서 앉아 있지."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고"

"여기 어딘지 모른다. 버스 내려서 똑바로 들어왔다."


흠.... 만나는 일부터 어렵네. 전직 승무원 출신 어머니를 둔, <오십부터 삶이 재미있어졌다.>의 작가인 어머니와 그 딸이 다툰 파리 여행기가 차라리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커다랗고 노란 숫자가 벽에 보일테니 그 숫자를 알려달라 말하고 몇 번의 헤매임 과정을 거쳐서야 내려서 똑바로 들어온 거기가 어딘지를 알 수 있었다.


출국 준비를 진행했다. 먼저 인터넷용 유심을 찾았고, 외투를 벗어 짐가방에 접어 넣었다. 지난 겨울 여행에서 대만 입국 검사할 때 가방에 든 음식이 걸려서 난감했던터라 이번에는 어떤 음식도 싸 오지 말라 그렇게 일렀건만 어머니의 가방안에는 딸기를 비롯한 여러 음식물이 또 들어있었다.


음식물들을 그 자리에 해치워야 했다. 넉살 좋은 시골 할머니는 옆자리 앉은 동남아 출신 젊은 사람에게도 딸기를 권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이란다. 우리도 지금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는 길이라며 웃으신다.(오해 하면 안 된다. 팔순 가까운 시골 노모는 겨우 알파벳이나 읽을 수 있지 영어로 대화한 것이 아니다. 그 젊은 여학생은 한국으로 유학온 대학생이었다.) 몇 시간을 버스에서 진물러진 딸기를 우물거리며 왜 본인이 이 인도네시아 젊은이의 대학생의 학자금 사정을 걱정하고 있는걸까? 어머니의 공항 풍경은 공항 안과 밖의 기온차처럼 나와 대비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적기임에도 백드롭을 하기 위해 셀프체크인을 먼저 하고 줄을 서라고 했다. 수속 카운터 입구에 서 있는 기계, 꼭 키오스크 주문 기계와 같이 생긴 이 자동기계(지만 실상은 기업 원가 절감와 수익 증대를 위해 고객 불편을 가중시키는)와 씨름해 봤지만 탑승권은 나오지 않고 카운터로 가라는 메세지가 떴다. 그 사이 수속을 위한 줄은 더 길어졌다. (처음부터 그냥 줄 서는 나를 막아 세우고 셀프체크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아시아나항공) 무슨 일인지 수속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거의 1시간 가까이 줄을 서 있었다. 카운터 직원을 좀 더 늘리면 될 것을, 마트 계산대 줄이나 항공사나 다 똑같구만. 다리가 아파 몇 번 앉았다 일어났다. 어찌 이러지....


아픈 종아리를 두드려가며 드디어 수속 카운터에 도착. 수속 직원에게 항의하고 싶었으나 그 역시 악덕 회사에 고용된 직원일 뿐이다. 화를 내면 안 된다.


"손님 상하이 경유 하시네요. 상하이 공항은 자동 환승 시스템이 아니예요. 그래서 셀프체크인 기계에서 발권이 안 된 거예요."

"네? 그럼 자가환승이라는 말인가요?"


" 네"


"자가 환승이면 이 표를 안 샀죠. 아무리 마일리지 발권이라도 이건 표를 구매할 때 표시를 해 뒀었어야지요."


" 자가 환승의 경우 4시간 이상 되었을 때 발권을 해 드리는데 손님 표는 경유 대기 시간이 3시간 5분이라서요. 가실건가요?"


" 저기요. 제가 지금 표를 사는 게 아니라 발권해서 비행기 타러 왔다구요. 그걸 이제 알려주시면서 갈건지 말건지 결정하라는 게 말이 되나요? 만약 비행기 놓치게 되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 이게 마일리지 발권이고, 연결편이 싱가포르 항공이라서요. 상하이 도착해 봐야 알아요. 싱가포르 항공에서 다른 연결편을 구해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건 싱가포르 항공에서 결정하는 것이라서요."


왜 나에게 이 위험을 왜 감수하게 하는지,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싱가포르 항공은 환승 연결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표를 구매할 때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따지는 일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9명 대가족 여행이고 이번 여행의 A~Z까지 즉 숙소, 식당, 일정, 투어 등 모든 예약을 내가 해 둔 상태라 내가 안 가면 9명의 여행이 멈추게 될 수도 있다. 이 여행을 갈 건지, 말 건지를 결정을 망설이는것은 극단적이기주의자 혹은 무계획 여행 기획자가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7명은 내일 아침 8시면 발리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나는 가야만 했다.


"갈게요"






-2편(나이스한 개새끼)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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