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너와 함께 울어주고 싶은 친구가.
몇 번의 겨울이 찾아오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가 벌써 이렇게 되어 버렸다.
같은 목소리, 같은 표정으로 웃어도 그 무게가 달라져,
웃음을 미소로 대신하는 그런 시기.
어느샌가 행복하다는 게 죄스러워지는 그런 시기.
만남이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성숙해버렸지만
이별을 하기에는 우린 아직 너무 여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멍하게 주저앉아
안개 같은 길을 바라보며 겁먹을 뿐.
우린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할까.
어제 들려줄 몇 가지 위로의 말을 준비했는데
오늘 창백하고 새하얀 표정을 마주하자마자
그 말들은 혀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어.
넌 생각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구나.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어.
첫째는 남의 행복을 갉아먹으면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사람.
둘째는 자신이 행복해 남들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너는 주저 없이 후자라고 말할 수 있어.
너는 나의 모난 성격을 장점으로 만들어주었고,
내가 감정적으로 변할 때면 소리 없이 나를 잡아주었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함께 아껴주었고
무엇보다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잖아.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건
지금 너의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것뿐,
하늘을 올려다보며 너를 한 번 생각하는 것뿐
그리고 이렇게 혼자 울며 편지를 쓰는 것, 그런 것뿐이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꿈이 참 많았어.
성공하고 싶었고 당당해지고 싶었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싶었는데..
매일 밤 다가올 미래를 재잘거리며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의 햇살이 반가웠는데.
그랬던 우리의 바람이 지금은 "아무 일 없이 사는 것"이 돼버린 것을
이제와 슬퍼하면 나 너무 유난인 걸까?
친구야,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그 무서운 동굴을 지나고 있을 내 소중한 친구야.
우리가 몇 번의 시련을 거치며 지금보다 더 낯선 어른이 되어있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배꼽이 빠지도록 웃 던 그 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를,
좋아하던 책을 필사하던 그 시간을 항상 기억하기를,
부푼 미래를 그리며 잠이 들던 그날 밤과 같은 꿈을 꾸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