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택
"네? 왜 벌써 가는데요??"
"제가 집이 좀 엄해서요."
나의 대답에 황당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같이 놀자고 꼬셔놓고 11시도 안 되어 집이 엄하다고 집에 가는 남자라니.
그녀는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기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는 건
술자리에서 신데렐라가 되는 삶을 택했다는 뜻이다.
11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막차는 날 찾아온다.
대학가 축제에 놀러온 것이 처음이라는 그녀는
한 눈에 봐도 이십대 초반에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주변에 모든 것들이 신선한지 시선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었다.
그런 그녀와 어울리다보니 나 또한 6년 전으로
돌아가 학교에 처음 입학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다.
나도 그 새로움이 좋았던 때가 있었는데 시간은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로
쉴 새 없이 흩어지는 먼저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막차는 밤이 길을 보낸다.
밤과 밤을 걷는 지하철을 따라서
나는 밤과 밤 사이를 가득 채웠던
그녀의 미소를 떠올린다.
그녀에게 내가 아쉬움으로 남았으면 좋겠는데,
쓸쓸한 점멸에 아직 기억에 생생한 신촌 거리 가로등을 대입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