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밤을 삼켰다

정현희

by 도서관 옆자리
별이 밤을.jpg


엄마야, 잠이 안 온다


낮에 한겻 가까이 잠을 잤으니 낮귀신이 달라붙은게지.

잠귀신이 자라고 고사를 지내면 뭐하노. 낮귀신이 헤살놓고 있을텐데


엄마는, 매일 귀신 이야기만 한다.

잠도 안 오는데 재미있는 귀신 이야기 하나 해도.


얘는 잠이 안 온다고 나한테 찜부럭이구나.

니 이야기 하나 해주면 자야 된다?


알았다.


그라믄 니 바마에와 벼리도 이야기 아나?


모른다.


에,어찌 바마에와 벼리도도 모르노.

바마에는 밤의 정령이고, 벼리도는 별의 정령이다.

옛날에는 별들이 지금처럼 마루 곳곳에 있지 않고

미리내에만 몰려 있었단다.

바마에는 밤만 되면 미리내에 배를 띄어놓고 별을 낚시했어.


그럼 바마에에겐 마루가 바다인 거네?


그렇지. 그렇게 바마에는 가져온 망태기에 별을 안다미로 담기 시작했어.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마루에 별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 같은거야.

그래서 벼리도가 바마에 몰래 별을 몽태쳤지.


안 걸렸나?


안탑깝게도 걸리고 말았어. 벼리도는 온 몸이 반짝거려서

너무 눈에 잘 띄었거든.

화가 난 바마에는 황소숨에 휏눈썹이 되어 벼리도에게 별을 내놓으라고 따졌지

그러자 벼리도가 바마에를 확 삼켜버렸단다.


삼키다니? 잡아먹었다는 뜻이가?


그래, 벼리도는 별의 정령이란 말이야.

자기한테 별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자꾸 바마에가 가져가니 어떻겠어.

무리해서라도 꿀걱 삼켰지.

하지만 말이야. 별이 밤을 삼키니 어떻게 되었겠어?

온 도시가 발길을 내딛을 수도 없을 만큼 환해지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힘들어졌어.


왜? 난 좋을 거 같은데, 걸을 때마다 별빛이 솓아질 것 아이가.


글쎄,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우선은 밤이 너무 밝으니 사람들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결국 황제님의 제사로 벼리도가 바마에를 토해냈어.


바마에를 토해내면 바마에가 또 별을 가져갈 텐데?


물론 그걸 방지하기 위해 바마에는 벼리도에게 약속을 했어.

절대로 별들을 건드리지 않을거라고 말이야.

그 뒤로 별들은 밤 하늘에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되었단다.


에, 그러면 바마에가 약속을 어기면

별은 다시 도망을 가겠네?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지 않을거야.


엄마가 어찌아노?


저기, 마루를 보렴. 별들이 가득하잖아.

다행히 바마에가 약속을 잘 지키는 듯 하네.


그러네. 엄마야 말이 맞는 말이다.


그래, 그럼 우리 석이도 엄마랑 약속했으니까

이제 코 자자.


...


에? 이야기 하나만 더 해도.



*

한겻 : 하루의 4분지 1인 시간

헤살놓다 : 방해하다

미리내 : 은하수, 마루 : 하늘

찜부럭 : 몸이나 마음이 괴로움 때에 결핏하면 내는 짜증

안다미로 : [부사]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몽태치다 : 남의 물건을 슬그머니 훔치다

황소숨 : 식식대며 크게 몰아쉬는 숨

횃눈썹 : 가장자리가 치켜 올려 붙은 눈썹.


**

바마에, 벼리도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신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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