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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쎈타 Mar 20. 2023

카카오헬스케어와 눈깔사탕

다른 걸 뺏어먹지...

최근 VC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님이 카카오헬스케어를 저격해서 기사가 좀 났었다. 



사건을 알아보려면 먼저 "연속혈당측정기"라는 물건에 대해 알아보는 게 좋다. 이게 무엇이냐? 원래 혈당을 측정을 하려면 그때 그때마다 손을 콕 찔러서 채혈을 해서 기계에 넣어야 한다. 이게 일반적인 혈당측정기의 사용방식이다.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그냥 침 달린 센서를 피부에 붙여놓으면 얘가 알아서 혈당 자료를 모은다(붙이는데 전혀 안아프다). 그러다가 NFC를 통해 센서가 모은 자료를 스마트폰으로 한꺼번에 옮기는 방식이다. 센서는 2주 정도 가고, 8시간 마다 데이터를 옮겨주면 된다. 왜 이렇게 자세히 아냐면 써봤기 때문이다. 왜 써봤냐고? 궁금해서.


궁금함의 댓가는 좀 비싸긴 하다.


그리고 이걸로 회원들의 혈당 데이터를 받아서 건강 코칭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글루코핏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이것도 지인들이 써보고 있어서 알고 있다), 대충 카카오헬스케어가 이거 따라한다는 게 문제의 골자다. 저번에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따라한다는 논란도 그렇고, 헬스케어가 미래의 밥줄이긴 한 모양인가 보다.


별도의 권리주장을 해두지 않았다면 사업 아이템을 따라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투자 받는 IT 스타트업들에게 VC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그거 대기업이 따라하면 어떡할건데?"다. 스타트업이 미리 그런 걸 하고 있으면 대기업의 입장에서 인수의 손길을 내미는 게 멋져보이긴 하겠지만, 물적분할을 밥먹듯이 하는 회사들에게 그런 멋진 모습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아이템에 따라서 대기업 입장에서도 "저걸 돈주고 사라고?"싶을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누가 하든 내 문제 잘 해결해주는 쪽이 좋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서 제일 짜치는 건 뺏어먹는다는 점이 아니라, 뺏어먹는 게 눈깔사탕이라는 점이다. 아래 슬라이드가 카카오헬스케어가 내놓은 혈당 측정 관련 아이템에 대한 개념 소개다.

모르면 ChatGPT에게 물어보면 된다.

당연히 혈당 데이터는 중요한 데이터이다. 당뇨병 관리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당노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의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카카오헬스케어가 노리는 거도 저 혈당 데이터일 것이다. 이제 그것을 모으기 위해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일텐데...


근데 느껴지겠지만 저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대단한 일이 아니다. 단어 뜻은 GPT한테 물어보면 되고, 혈당 관리법은 이미 자료가 많고, 혈당 데이터 자체가 고도의 AI분석이 필요한 영역도 아니다. 혈당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밸류의 사이즈가 아쉬운 것이다. 글루코핏을 써보면 알겠지만 분석과 코칭에 그렇게 대단한 가치가 있진 않다(오히려 인상깊은 것은 글루코핏 이용자끼리 건강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이다). 설립된지 1년도 안된 스타트업도 하고 있다는 점이 이것을 반증한다.


세계 GDP 순위 10위 안에도 들어가는 대한민국에서, 시총 순위권 기업들은 스타트업이 못하는 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지금 다들 쓰고 있는 측정기는 미국의 Abbott사에서 만든 것인데,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 측정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민간과 공공에 흩어진 의료데이터를 통합해서 더 완성도 있는 서비스로 나설 수는 없었을까. 결국 이 길의 끝은 비대면 의료일텐데, 의협이랑 싸워서 해외에서는 다 하는 비대면 의료를 따내거나 할 수는 없을까. 꼭 이런 민감한 건 안하려고 우리나라에서는 안한다고 선을 그었더라.


보는 시야가 다르니 다 생각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달러 벌어와서 사업보국하면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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