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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익스피어 Jul 26. 2024

[제단글] 잡스와 따라쟁이들

- 앱 제시단어 : 발표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발표

- 그림 :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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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 시절. 그 당시에 가장 핫한 발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하던 신제품 발표회인 키노트 였다. 그가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기 위해 키노트를 하는 날에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애플이 이번엔 또 어떤 멋진 제품을 내놓아서 사람들의 갈채를 받을 것'인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잡스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보안도 굉장히 철저하게 해서 발표 전까지는 그 누구도 무엇이 어떻게 발표될 지 알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그래야 실제 제품이 발표될 때 더 그 효과가 극적이었을 테니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특히, 그런 발표의 가장 마지막엔 보통 "One More Thing..." 이란 문장과 함께, 그날의 가장 중요한 제품을 소개했다. 아이폰과 같이 세상을 바꿔버릴 정도의 제품들은 모두 그 문장 뒤에 소개된 것이다. 그래서, 저 문장은 스타워즈의 "May the force be with you" 와 비견될 정도의 메타포가 되기도 하였다.


그 이후, 사람들은 모두들 잡스의 신제품 발표인 그 키노트를 모방했다. 서점엔 온통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 하기 와 같은 책들이 넘쳐났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건 어렵지만, 누군가 발견(또는 발표)한 인기 있는 길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관심있는 모든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웹소설을 쓰려다 보면, 잡스와 같은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왜냐하면, 현재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은 독자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방식의 글쓰기 안에서 갖혀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회귀, 빙의, 환생. 이 세 가지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전개 방식이다. 물론,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가지는 실제 소설들 안에 들어가보면 조금씩 그 발현 방식이나 조건 등에 있어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은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저런 방식들이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작가들이 저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난 저 방식을 쓰지 않고 재미있는 소설을 써보겠어 라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게 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벽이었다. 현재 웹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장르나 방향의 웹소설이 아닌 경우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생각보다 굉장히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웹소설이란 것 자체가 예술성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한다. 교훈이 있을 필요도 없다. 좀 허황된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좋다. 우리의 어머니들, 아내들이 드라마를 보며 교훈을 추구하지 않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독자 내지 시청자들의 기호도에서 벗어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된다.


나도 웹소설로 돈을 벌고 싶다. 가장 큰 욕구는 그것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추구할 것이다. 적어도 초반 3편 정도를 쓸 때 까지는. 그래서 네임드가 되고 나면 그 이후 좀더 심오한 글을 써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잡스를 꿈꾸었지만 결국 잡스 따라쟁이에 머물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나 잡스일 순 없는 법이니 그걸 아쉬워 할 순 없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가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뭐라도 노력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선 그래도 성장할 싹은 보인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잡스면 어떻고 따라쟁이면 또 어때. 그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런게 인생 아니려나?


브런치 작가 여러분,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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