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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익스피어 Jul 25. 2024

[제단글] 가끔은 현금을 쓰고 싶다

- 앱 제시단어 : 현금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현금

- 그림 :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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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현금을 가지고 다녀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돈과 관련해서 가지고 다니는 건 두 장의 신용카드와 애플페이가 되는 아이폰과 애플워치 뿐이다. 요즘은 신용카드가 안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예전엔 주유소에서 세차 기계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현금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그 경우마저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뭐... 물론, 나는 전기차를 쓰고 있다 보니 그 경우 자체도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그러다 보니, 요즘은 내가 뭔가를 살 때는 돈을 쓰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많은 게 사실이다. 나야 월급 받은지 오래 되긴 했지만, 회사원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리고 기사나 가십에 나오는 말들을 보면 사이버 머니가 잠시 통장을 거쳐서 다시 다른 곳으로 이체되는 통에 돈을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말들도 많다.


현금이 없어도 되는 편리함은 더 말해 무엇하랴. 핸드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웬만한 건 모두 해결이 되어버리니, 현금이 없어서 필요한 걸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에피소드들은 이제 더이상 이세상에선 보기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거꾸로, 현금이 환영받지 못하는 사태까지도 벌어지곤 한다. 현금을 받기 시작하면 잔돈을 구해놔야 하고 장사를 하면서 그런 잔돈이 부족해 손님과 실랑이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현금을 안받는다면 그런 불편(?)은 사라진다. 은행에서는 동전을 세는 시간까지 따로 정하고 그 이외에는 동전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니, 현금이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간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편리함의 뒤에서는, 그런 편리함을 제공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카드회사나 밴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냥 현금으로 결제하기만 한다면 전혀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회사일 테지만, 사람들의 편리함을 시스템화하고 그 편리함의 댓가로 모든 결제의 몇%씩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사업화 모델이 된 것은 꽤나 오래된 일일 것이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에도 중간에서 공인중개사가 그 거래를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는 걸 보면 카드거래 이전에도 그러한 결제 구조는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세상이 변화하다 보니 이제는 그 수수료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걸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야식 배달 서비스.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곳에서, 갑자기 먹고 싶은 야식을 시킬 때면 꽤나 비싼 배달비를 내야하는 건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시키는 사람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음식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플랫폼을 사용하는 댓가로 요구하는 수수료는 꽤나 고혈을 짜내는 수준이었던 걸로 보인다.


편리함은 유혹적이다.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하더라도 그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 행복을 준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그 편리함을 누리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서비스의 뒤에서 플랫폼의 악의적 수수료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자들이 있다면 마음 아픈 일이다. 그리고, 결국 그런 악의적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표에 전가될 것이다.


그렇다고, 현금을 들고 다니기엔 이젠 너무 멀리 가버린 세상이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세상. 그저 따라가야만 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그냥, 그정도로 편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에게만 돈을 지불하고 덜 편리한 방법은 없을까? 나이가 들었는지, 이젠 그런 게 더 합리적인 소비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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