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7.22km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Part 1. 속도를 내려놓는 연습

by 샬롬유shalomU

여행자에게 조식은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힘이다.

겨울 여행에서 조식은

배를 채우는 든든함 덕분에

추위를 덜 느끼게 하는 난로 같다.


군산에서 머물었던 숙소 '쿨쿨 달몽'은

아침 조식을 제공하는데

건강한 브런치 한 접시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브런치를 먹으면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육아, 삶의 이야기.

지금 잘하고 있으니 계속 걸어가도 된다고 하셨다.

내 안에 따뜻한 난로가 또 하나 켜졌다.


아이에게 스탬프 투어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오늘 하루 열정을 다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스탬프 투어의 흔적이 보인다.

오늘은 많이 걷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여행의 시작이 병원이라니...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더니 금세 괜찮아진다.

약 덕분인지 주사 덕분인지

정신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는

스탬프 투어로 열정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군산의 시간을 한 겹씩 들춰보는 공간이다.

항구 도시의 번성과 아픔이 한자리에 놓여 있다.

과거를 안다는 건,

그 도시를 조금 더 이해하는 일이라는 걸 배운다.



옛 군산세관

붉은 벽돌 건물이 오래된 시간을 품고

단정하게 서 있다.

군산항을 통해 드나들던 물품의 관세를 거두던 곳.

물자와 사람,

그리고 시대의 공기가 드나들던 자리에 서 있으니

시간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미즈커피

조용한 음악과 따뜻한 커피 향이 흐른다.

창밖의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쉼을 선택한다.

따뜻한 햇빛 덕분에 군산의 낭만은 더 또렷해진다.



장미갤러리

한때는 폐허였던 건물이

지금은 조용히 예술을 품고 있다.

차가운 외벽 안으로 들어서면

군산을 터전으로 창작을 이어온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시간을 견딘 건물도

이렇게 다시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구나 싶다.



군산근대미술관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을 전하는 장면과 마주했다.

조용히 서서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묵직해진다.



군산근대건축관

'이 금고가 채워지기까지

우리 민족은 헐벗고 굶주려야 했다.'

이곳은 한때

일제가 식민 지배를 위해 세운 금융 시설이었다.

당시 일본 상인들에게 특혜를 주며

상권을 장악하는 데 밑바탕이 된 곳이다.



진포해양테마공원

최무선 장군이 화포로

왜구를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는 공원이다.

최무선의 함선은

열 배에 가까운 500여 척의 왜구 배를 전소시켰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군함과 배들을 바라보며

아이의 눈은 반짝이고,

나는 바람 속에 서서 아이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본다.

넓은 바다 앞에서는

마음도 조금 더 넓어지는 것 같다.



군산항 여객터미널

한때 사람들이 오가던 시간을 품고 있는 자리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고,

1층에는 옛 여객터미널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군산 내항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

일제강점기 군산에 살았던

일본 상류층의 주택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낮은 처마와 고요한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군산의 또 다른 시간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군산은

걷는 거리마다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다.

붉은 벽돌 건물과 오래된 간판,

조용한 전시관과 바다를 마주한 공원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천천히 바라볼수록 이야기가 깊어진다.

그래서 군산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머무르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오늘 하루 7.22km 걷고

스탬프 투어에 열정을 다했다.


숙소에서 만화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겠다는 아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치킨지파이, 과자를 사 왔다.

숙소의 뜨끈한 바닥의 온도 덕분에

얼었던 몸이 천천히 녹는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피곤했는지

아이는 새근새근 잠이 든다.

잘 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한다.


군산은

사색하며 걷기 좋은 도시다.

역사와 함께 걷다 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군산에 따뜻한 봄이 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두 번째 군산 여행이지만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이 남아 있다.

군산을 다시 찾아와야 할 이유를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