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 쯤 되는 듯.
돌아왔다. 여태껏 쓴 글들을 방금 다 지워버려서 더 이상 확인할 수도 없겠지만,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17년 말에 올린 글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10만 원 받으려고 <대학내일>에 보낸 원고가 "20's Voice"에 실린 게 대충 그때쯤이었으니. 돌이켜보면 내가 이리로 돌아온 건 언제나 내 내면 상황이 좋지 않을 때였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라는 건 사실 교양 있는 독자를 배려한 완곡한 표현이고, 사나이의 언어로 가감 없이 얘기하면 '씹창 났다' 정도가 되겠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속이 씹창 나서 여기 들어와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무슨 일인가 하면, 이틀 밤을 새워서 쓴 자소서를 마감 시간을 불과 2초(±1초. 어쩌면 1초 미만일 수도 있다. 왜냐면 내가 최종 제출 버튼이 사라지는 걸 내 눈으로 본 것 같거든.) 넘기는 바람에 못 내게 됐거든.
병신 같지?
근데 이게 단지 이틀 밤새서 쓴 자소서이기만 했다면 말도 안 꺼냈다. 으이그 나새끼, 하고 말지. 이 자소서가 무슨 자소선가 하면, 처음으로 쓴 자소서란 말이다. 그것도 1년 만에 쓴. 다시 무슨 말인가 하면, 학식충들이 본격적으로 자소서를 쓰는 시점이 보통 막 학기라고 할 때 내 막 학기는 2018학년도 3월부터였다. 그러니까 적어도 1년 전에는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어야 할 놈이 무슨 이유에선지 여태 하나도 안 쓰고 있다가, 다시 무슨 이유에선지 일주일을 꼬박 매달려 (밤샌 것만 2틀^^) 겨우 겨우 하나를 썼는데 그걸 2초(±1초) 차이로 못 내게 됐다, 이거지. 내가 속이 씹창이 나겠어, 안 나겠어?
윗 문단을 쓰면서 깨달았다.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나한테 '대나무 숲' 같은 곳이다. 누구한테 괜히 성질내고 화풀이하거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엔 난 너무 젊잖고, 씹창난 속에서 곪아 부글부글 끓는 건 어디다가 짜내야겠고.... 브런치 이전엔 싸이월드로 갔던 것 같다. 싸이월드는 황무지라 아무 말이나 해도 정말 괜찮았는데, 브런치는 아직 숨통은 붙어있는 것 같아서 씹창난 속 털러 와서는 천박한 소리나 지껄여대는 대나무 숲으로 쓰기가 조금은 미안한 것 같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여길 다시 찾은 건 단지 속이 씹창 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지난 1년 간 자소서뿐만 아니라 '카톡'을 제외한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었다. 호주에서 <어반폴리>(지금은 <아는 동네>)에 연재할 때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다. 할 말은 많은데 쓸 말이 없다거나, 생각이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데 구름이 그렇듯 형태가 시시각각 변해서 그걸 단어로 문장으로 끄집어 내 붙잡아 둘 수 없어서 결국엔 저 멀리 도망가버리고 마는. 그래서 일기를 써보려 했는데 일기도 카톡이 아니라 안 써지는 건 마찬가지더라고.
씹창난 내 마음은 지금 꼴이 말도 아니지만 한편으로 나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비록 1년 만이지만, 더군다나 제출하지도 못했지만, 꽉꽉 배틀어 억지로 짜낸 글이지만 일단 다시 쓰긴 했거든. 또 하나 천박할지언정 곧이어 이만큼이나 썼거든. 기분이 좋ㄷr..
다시 들어오게 된 김에, 이번에는 좀 꾸준히 뭘 좀 써보려고 한다. 짧게라도 일기를 쓰는 게 우선 목푠데, 진짜 하고 싶은 건 '틴더' 썰 푸는 거다. 안 알려줬는데 집 앞까지 찾아온 스토커 썰, 같은 수업 1년 동안 들었던 애 썰, 오빠 사랑한다고 결혼하자고 울고불고 세상땡깡 다 부리던 애 썰.. 진짜 풀 게 많다. 쓰레기처럼 산 한 해를 돌아보면 내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잘 생긴 게 장땡인가보다.
오늘은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