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고 회로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
AI를 이용한 기계 번역으로 자신들만의 번역 엔진을 만든 XL8 정영훈 대표 이야기-
전 세계에 기계 번역을 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정영훈 대표는 한 번 더 틈새를 파고들어 "미디어에 특화된" 기계 번역을 시도했다. 이들이 하는 작업이 얼마나 유일무이한지, 그들의 사고회로를 이야기를 통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인터뷰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역시나 구글이, 애플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 능력치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곳의 일하는 방식은 언제 들어도 내 흥미를 자극한다. 이들의 사고를 방구석에 앉아 들을 수 있는 이런 인터뷰가 참 감사하고 재미있다.
❝ 처음 구글에 입사할 때 phD 콘퍼런스라는 게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가 AI에 대해서 이런 걸 해봤고, 굉장히 가능성 있는 결과가 나와서 우리가 이런 걸 더 해보려고 한다." 이런 걸 굉장히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는 거를 제가 봤었는데, 그 이후에도 워낙 유명한 분이시기도 하니 궁금해서- 구글 같은 경우에는 서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가끔씩 제프딘의 작업을 좀 보고 있었어요. 실제로 코딩을 굉장히 많이 하시더라고요. 지금 현재 리포트가 몇 만 명이 될 텐데 아직도 컴퓨터를 붙잡고 코드를 짜시는 거예요.❞
뭔가 없는 거에서 있는 거로 만들어보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 역량이 출중한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인 만큼 개인이 가진 그 퍼포먼스 능력치와 구글 내에서 이뤄진 작업들은 반드시 아카이빙해서 서로가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그리고 그걸 또 궁금해서 찾아보는 조직원. 조직이 발전을 안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 생각이 됐다. 이게 세계적인 탑티어, 거대기업들이 움직이는 방식이지- 하고 느낀 부분.
❝ 저는 엔지니어의 퍼포먼스가 50배 차이 나는 걸 굉장히 흔하게 목격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어떤 팀은 200명이 막 뭔가를 개발하는데, 어떤 팀은 한 명이 똑같은 걸 개발하고 있어요. 그런 경우가 구글에는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
200명이 붙잡고 하는 능률치와 1명이 해내는 능률치. 이건 이렇게 글로 볼 게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경험해야 '진짜 내 역량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자극과 (긍정으로 승화할 수 있는)충격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울리고 있는지도 참 중요한 듯하고.
❝ 구글은 엔지니어들이 세운 회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엔지니어들 입김이 좀 센 편이긴 한 거 같아요. 엔지니어와 비엔지니어 직군 간의 의견 충돌이 있거나 대화를 한다거나 했을 때, 엔지니어 의견들이 굉장히 많이 받아들여지는 편이고요. 실제적인 예를 들면 저희 팀에서 프로덕트를 개발할 때 엔지니어들이 "아 이거는 구현이 어렵고, 이렇게 하는 게 편하니까 디자인을 좀 바꿔주세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애플에서는 디자이너 말이 굉장히 절대적인 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를 이렇게 만들었으면 엔지니어가 "아 이건 어려울 것 같은데.."라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고 하고요. "어려워도 이 디자인이 이쁘니까 이렇게 해주세요" 이렇게 거의 결론이 난다고 하니까요- 회사만의 분위기가 좀 있는 거 같아요. ❞
구글과 애플의 차이ㅋㅋ 재밌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회사만의 고유한 분위기와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던 부분이라 기억에 남는 부분이고, 내가 이 두 회사를 각각의 매력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짧지만 되새겨볼 수 있던 부분이라 기록-
❝ 구글에 입사했을 때 생각보다 위화감을 좀 많이 느꼈어요. 왜냐면은 구글에 한 15년 20년씩 계셨던 분들은 이미 어마어마한 주식 가치를 지닌 스톡을 보유하고 계셨고요. 또 옆 팀을 보면, 스타트업이었는데 구글에 좋은 가격에 인수돼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냥 입사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나름 구글도 좋은 직장이고 연봉도 잘 준다고 하지만- 그분들이랑 비교했을 때는 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거든요. 그것도 하나의 모티베이션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금전적인 면을 떠나서도 본인의 아이디어로 나가서 잘 되시는 분들 많이 보니까 사실은 "내가 정말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거의 초반부터 있긴 했었던 것 같아요. ❞
아무리 구글이라는 좋은 조직에 들어갔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게 내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면 결국 그게 가야 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 사람들이 결국 자신만의 것으로 창업을 하는구나. 그리고 성공을 시키는구나. 하는 걸 잔잔히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역시 빈익빈 부익부다. 어떤 스타트업이 퍼포먼스가 좋아- 프로덕트가 좋아. 인수해서 같이 한 배를 타버리는 거.. 이런 판단력과 움직임, 그리고 갖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서 계속 잘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 강해지는 것. 그러니 잘 되는 데가 잘 되는 가속이 붙는다.
❝ 2017년도에 구글에서 트랜스포머를 발표를 하고 그게 번역에 굉장히 좋은 성능을 보이면서 저의 비즈니스 플랜을 좀 짜기 시작했죠. 그래서 2018년도부터 고민을 하고, 실험도 좀 해보고, 2019년도에 결국 퇴사하고 창업을 하기 시작했죠.
콜롬비아 유학을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같이 좀 여러 개를 했었거든요. 서로 잘하고 열심히 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둘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아, 내가 언젠가 이 친구랑 같이 좀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럴 기회가 오면 좋겠다." 마침 제가 구글에서 시작한 해에 박지영 씨도 이제 애플에서 일을 시작을 한 거예요. 그래서 이 동네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고 얘기를 했어요. "내가 이제 구글을 퇴사해서 창업을 할 거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애플을 퇴사하고 조인하겠다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
과거에 했던 자막 번역 툴을 만드는 작업 등의 조각 경험들이 누적이 되면서 구글이라는 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활용해서 자신의 역량을 테스트해 보며 비즈니스를 준비한 점. 무모하게 퇴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인 움직임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거창하게 막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랑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얘기하면서 발전시키는 것.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도 룸메이트랑 같이 시작했던 거처럼 (물론 하버드생, 구글러 애플맨이었던 게 그들의 기본 베이스지만, 그만큼 내 실력을 기르는 데는 나 자신이 이를 악물고 넘어야 되는 거라 생각) 누구랑 무슨 대화를 하며,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게 뭔지에 대한 상상을 계속 펼치는 시간이 쌓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최근에도 벽을 한 번 느꼈다. 그러고 내가 다짐한 건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내가 좀 더 내 실력을 키울 때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할리우드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전 세계의 콘텐츠가 전 세계 소비가 되거든요. 번역에 대한 수요 자체가 굉장히 폭발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비해서 이 수요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번역가들에 대한 공급은 늘어나지 않고 있고요.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언어를 학습해야 되는 절차가 따르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죠. 결국은 기계 번역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충족을 많이 해주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사실 그쪽 시장을 많이 보고 결정을 했었습니다. ❞
구글을 나온다고 했을 때의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움직일 수 있던 힘. 시장의 변화를 읽고 틈새를 파고드는 판단력.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잘할 수 있는 건 시장 자체를 작게 잘라서 그 부분을 좀 더 집중하는 것."
❝ 추가적으로 큰 기업들이 따라 할 수 없게 저희가 기술개발을 굉장히 많이 해왔거든요. 그중에 하나가 뭐냐면 Context Awareness예요. 한국말로는 문맥 파악 기술인데, 일반적으로 이걸 한 문장씩 번역했을 때 문제는 뭐냐면 컨텍스를 다 잃어버린다는 거죠. 그 앞에서 어떻게 얘기했는지에 따라서 다음에 번역이 아니면 대화가 굉장히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번역 회사들에서 저희 AI 엔진을 써가지고 번역을 하고 틀린 부분을 실시간으로 고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번역을 한다고 하더라도 눈으로 보고 사람의 표정도 읽고 글자로 나타내지 않았던 다른 정보도 가져올 수 있잖아요. 근데 번역 엔진은 글자를 글자로만 번역을 하거든요. 우리가 추가적으로 볼 수 있는 비주얼적인 정보라든가 아니면 소리라든가 소리에 녹아나 있는 감정이라든가 이런 정보를 같이 넣어주면 번역이 더 잘 됩니다. 특히 한국어 일본어 같은 경우에는 두 사람의 나이나 관계에 따라서 존댓말, 반말 그리고 말투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사실은 그런 정보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정보를 화면에서 뽑아와서 번역할 때 활용을 하는 거죠. ❞
나만 이 대목에서 가슴이 웅장해지나..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영어만 잘 번역하면 됐던 시대를 넘어 세계 각국의 언어를 번역해야 하는 시대가 나왔고, 언어마다의 표현 문장의 맥락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을 했다는 얘기인데- 이걸로 끝이 아니라 인터뷰 풀버전을 보면 이들이 하는 작업에 그 디테일과 디깅이 놀랍다. 언어로만 해석되지 않는 비언어적인 표현들도 더 잘 번역해 낼 수 있게 그 정보들을 AI에게 넣어줄 방법을 고려하더라. 그리고 그 데이터들이 다 누적이 돼서 그 힘을 점점 더 발휘할 수 있는 게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 부분과 포스팅 말미에 쿠키 영상 같이 연결해서 보시길 추천-)
❝ 저희가 보는 세상은 언어장벽을 무너뜨리는 거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한 자막이 있거나 더빙이 있지 않으면 콘텐츠 소비를 못 하잖아요. 크리에이터들도 다 자기 언어에 좀 바운드가 돼 있잖아요. 어느 정도 자막을 만들더라도 사실 다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이거에 대한 소비가 전 세계에서 일어날 거라고 보고요. 그러면 임팩트도 사실 굉장히 커지겠죠. 결국 궁극적으로 저는 이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는 게 저희 목표고, 이제 음성과 실시간성이 붙어서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하는 그런 세상이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렇게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있으니 가만히 있질 못하겠지. 구글에서 일할 때보다 5배 재밌는데 20배가 힘들다고 한다. 글로벌로 운영되는 회사다 보니 각 국의 나라 시차로 미팅 시간도 천차만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이 이런 걸음을 할 수 있는 건 역시나 상위 목표, 인류의 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이었다.
❝ 완성된 걸 보면서 "야 이걸 내가 만들었어. 이 인류의 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혼자 이렇게 뭐 만드는 것도 즐거웠고. 근데 지금은 이게 회사가 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서 뭔가를 만들고 있으니까 그만큼 더 즐거운 거 같고요.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라는 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거기 때문에 미래가 완전히 보장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 팀에 조인하신 분들이 굉장히 이 회사의 비전도 믿고, 처음에 창업 멤버들도 그걸 믿고 조인을 해주신 거라고 믿거든요.
지금까지 입사하신 분들한테 보통 약속을 드리는 게 "XL8에 조인하시는 게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게 저는 꼭 사실이었으면 좋겠어요. ❞
이 인터뷰는 한 달하고도 반 전쯤에 보게 됐던 인터뷰 같다. 침대에 누워서 잠결에 보게 됐는데 꼭 글로 기록이 하고 싶었는지 메모장에 바로 "구글의 인재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가"라는 문장이랑 함께 옮겨 놨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양한 영상을 소비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잠시 이 인터뷰에 대한 흥미는 내려갔었는데, 이렇게 다시 하나하나 기록을 해보니- 왜 그때 침대에서 잠결이었음에도 메모장에 옮겨놓았는지 알 것 같았다. 11분의 짧은 인터뷰인데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고 싶게 만들 정도로 진액이 담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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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버전: https://youtu.be/ajPYIgXma4 g
쿠키영상: https://youtu.be/FsPW8 jTWhww
이정재라는 우리나라 영화배우가 이번에 스타워즈에서 역할을 하나 맡으면서, 영화계에서 할리우드, 디즈니, 스타워즈라는 그 환경을 직접 경험해 보고 온 뒤로 나눈 인터뷰다. 풀버전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꽤나 양질의 대화들이데, <스타워즈>라는 하나의 콘텐츠가 쌓아온- 그 누적된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오늘 이 글을 정리하면서 문득 떠올라서 같이 가져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