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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ne Lee May 19. 2021

어느 날, 빵을 팔게 되었습니다 ep02

직장인의 새로운 도전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구체화된 아이템 다음으로 해야 하는 일은 이름을 지워주는 일이었습니다. 제품의 이름, 그 제품을 담은 브랜드, 제품을 표현해낼 매장 콘셉트, 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더군요.


주변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없고, 어디다 의뢰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혼자 방에 앉아서 제품의 정의,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 콘셉트를 나열해 놓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브랜딩, 마케팅이라고는 사실 학창 시절에 잠깐 듣고, 관련 서적을 읽어본 것이 다였던 저한테 이런 걸 혼자 생각한다는 게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다 머 그런 게 중요한가?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만 잘 전달하면 그게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오히려 많이 모르니까 용감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이 잠깐 쉬었다 가는 곳으로 Stopover, 식빵은 네모니까 Sqaure, 이것저것 생각하고 검색해보면 참 제가 생각하는 게 다들 많이 생각하고 계시더군요. 


그러다 유명한 장인들이나 예술가 등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신 분들이 하는 말 중에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래서 계속 기본기를 항상 연습하고 다듬습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전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기본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빵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빵과 관련된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항상 빠지지 않은 아이템들이 밀가루, 물, 빵을 만드는 도구였습니다. 빵을 만드는데 항상 빠지지 않는 아이템, "밀대" 여기에 착안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밀대 = rolling pin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를 전달하기에 좋고, 아직 특별히 쓰는 사람도 없고, 제 머릿속에서 나온 이름치고 그럴듯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인쇄 회사에 이름만 알려주고, 괜찮은 폰트 몇 개와 이미지를 정해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하는지도 몰랐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습니다.

네이밍을 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매장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익숙하게 봐왔던 인테리어들, 외장하드 속에 있던 사진들 속에서 구현하고 싶은 매장 인테리어 콘셉트를 추려보니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면 도대체 머가 좋나요? 그렇게 해서 멀 배웠나요?라고 질문하시면 머라고 설명을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 경험이 저에게 아주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어디서 해야 되나, 적당한 위치를 찾아야 했습니다. 유동인구가 어떻고, 주 연령층이 어떻고 이런 데이터를 어디서 봐야 되는지도 몰랐었습니다. 다만,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고, 하도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머릿속에서 이 동네는 어떻고, 저 동네는 어떻지라는 감만 가지고 있었지요.

홍대 '폴엔폴XX', 강남구청 '레트로 오X' 등 실력이 뛰어나고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베이커리와의 경쟁은 일단 피하고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었기에 '이 아이템이 시장에 나왔을 때 그래도 낯설지 않아 할 사람들이 있는 곳이 어딜까'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퇴근하고서 한강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알아보았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이렇게 시간 싸움,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곳인지 몰랐습니다. 요즘은 안 그러신 분들이 많지만, 허위 매물도 많고 사기 매물도 많더군요. 부동산 거래는 조심 또 조심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 "사장님,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이런 곳 못 구해요" "사장님, 지금 다른 분이 또 보고 가셨어요. 계약하실 거면 빨리 계약금 먼저 넣으시고 잡아 놓으시죠" 이런 말들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진짜 저 자리 누가 먼저 계약하면 어떡하지? 빨리 계약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았죠. 그런데 저는 머든지 임자는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욕심이 나는 곳들도 있었지만, 그곳이 내 거라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해도 내 거가 될 거고 아니면 나랑 인연이 아닌 거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 안 맞으면 다름 사람이 계약해도 미련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살 집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참 그 많은 매물 중에 맘에 드는 곳이 그렇게 안 나올까 싶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시간적 여유를 조금 두고 천천히 보자고 다짐 또 다짐하면 매물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곳은 강남구청역 사거리 대로변에 오토바이 매장을 하고 있는 코너 자리였습니다. 위치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브랜드가 있었고, 생각하는 것보다 권리금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오토바이 매장으로 운영되었던 곳이라 아무래도 인테리어에 대한 부담이 많이 있어서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매장들이 부동산을 통해 연락이 왔지만, 이거다 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서X 주유소 뒷골목에 원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하던 곳이 주인분의 사정으로 급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아 가보니 위치적으로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나 직전 매장 업종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기존에 베이커리를 하고 있던 곳이라 굳이 동선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현재 상태에서 공간 활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월세에 비해서 작은 평수, 그로 인해 테이블을 많아야 두 개 정도 놓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을 통해서 다른 매장들을 많이 봤지만, 100%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달이 지나고 다짐했지만,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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