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속 비우고 계신가요?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집이 어느 정도 가벼워졌을 때 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또 다른 공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가상의 공간 스마트폰 속이었는데 물리적인 크기는 작지만 속 안은 집보다 더 엉망이었고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쉽게 채웠고 비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스마트폰 속. 그 작고도 거대한 가상의 공간 정리가 필요했다. 막막해 보이지만 어쩌면 물건보다 비우기 더 쉽고 더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은 작고 성능 좋은 카메라!
우리는 전화기인지 카메라인지 헷갈리는 스마트폰과 매일 함께 한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명언을 기억하며 매일매일 새로운 사진을 남기고 있다.
정말 남는 건 사진뿐일까?
요즘은 사진이 없는 일상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는 사진이 예쁜 게 나오는 장소여야 하고 맛집은 그냥 맛만 있는 맛집이어서는 안 된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사진 찍기에 예쁜 음식이어야 한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은 사진에 진심이다. 이렇게 진심인 만큼 매일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쉽게 사진첩을 채우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사진이 의미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단지 쉽게 찍고 불필요한 사진을 지우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쉽게 찍은 만큼 쉽게 채운만큼 더 쉽게 잊히는 사진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사진을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지 몰라 미루고만 있을 것이다. 한 번에 다 비우는 것이 아니라 매일 10장이라도 틈이 날 때마다 비우는 게 중요하다. 채움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작은 시간이 쌓이면 분명 큰 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사진을 비우기 이전에 현재를 더 소중히 하고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것을 조금만 멈춰보자. 사진을 늘리는 것보다 현재의 추억을 온몸으로 누리는 것이 더 좋으니까 말이다!
메일은 스마트 폰과 노트북, 컴퓨터와도 연동이 되어있다. 그리고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메일을 삭제할 수 있다. 요즘 메일이 매일 정말 많이 온다. 예전에는 비워야 하는 메일은 스팸메일 정도였다면, 요즘은 여러 종류의 구독과 각종 청구서, 여러 알림 메일들이 많이 온다. 매일 잘 확인하고 바로바로 비워내면 좋겠지만, 하루 이틀 혹은 일주일만 지나도 메일은 순식간에 쌓인다. 그렇게 우리의 무관심으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랜선을 통해 데이터가 끊임없이 전달되고, 이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이산화 탄소가 발생된다고 한다. 우리가 신경 쓰지 못했던 스팸메일이나 내가 자주 챙겨 읽지 않는 구독은 더 이상 하지 말고 자주자주 확인하고 비워내 보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면서 나의 작은 노력들이 환경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문자의 사용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면 정말 문자는 비울 게 없을까? 제일 첫 문자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게 몇 년 전 문자란 말이가. 그리고 인증 문자는 왜 이리도 많은지, 택배 아저씨게 받은 문자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택배 오는 수만큼이나 문자수도 늘어났다는 얘기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쌓여간 인증 문자들과 택배문자들만이라도 지워보자. 아주 짧은 시간 확인만 하고 의미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진짜 디지털 쓰레기인 것이다. 문자 쓰레기는 오늘부로 비워내자
내가 정말 비우 싫었던 그러니까 외면하고 싶었던 디지털 비움은 연락처 비움이었다. 연락처 속에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인연들을 다시 마주해야 하는 찰나의 괴로움이 담겨있다. 이제는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연결되어 있던 불필요한 인연의 끈을 하나씩 잘라나가야 할 때다. 연락처를 지우다가 너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너무 오랜 시간 잊고 지내던 사람을 다시 기억으로 소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우면 지울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비우기 힘든 만큼 비운 뒤에 그 개운함은 말해 무엇하랴!
사용하지 않는 어플은 바로 비워내야 한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수많은 어플들을 호기심에 설치했는데 처음만 재밌고 막상 시간이 지나자 잊힌 어플이 많다. 그런 어플을 언제 설치했냐는 듯 스마트 폰 안에 꼭꼭 숨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어플들은 찾아서 비워내자.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플 바로 카카오톡 속을 살펴보자. 우리 폰에서 가장 많은 용량을 차지하는 것이 사진이라면 아마 그다음으로 많은 용량을 차지하는 것이 카카오톡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자주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한다. 그것들이 남아서 보관되고 우리의 폰 안도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쏟아지는 대화들도 전부 나의 용량인 것이다. 꼭 기록하거나 남겨둬야 할 대화들이 아니라면 쏟아져 나오는 대화들도 계속해서 비움을 해나가야 한다.
나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잘 사용하는 어플이 바로 메모장이다. 잘 사용하는 만큼 지나간 정보들과 기록들이 많을 것이다. 메모장 속도 꼭 한번 들여다보자.
작은 스마트폰 안에는 집만큼이나 비워할 것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집 비우기만큼 몸이 힘들지 않다. 장소도 상관없다.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을 때, 대중교통을 기다릴 때, 잠자기 5분 전도 좋다. 디지털 비움도 한 번에 많이가 아닌 조금씩 매일을 선택하자. 물건을 비우는 만큼이나 개운 해질 것이다.
매일 디지털 정보를 채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건 디지털 속 비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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