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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상희 Sep 13. 2023

내가 진짜 가지고 싶은 시간

김신지 작가님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책을 읽으며 '시간'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요즘 나의 시간, 과거의 시간, 그리고 미래의 시간, 남편의 시간, 아들의 시간까지도.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P.162 혼자가 된 밤이면 일기장 여백에 틈틈이 ‘진짜 가지고 싶은 시간’에 대해 적어보곤 했다. 괴로운 것을 피해 뒷걸음치는 인생 말고, 좋은 것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삶을 살고 싶어서.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있는 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라 많다고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가 맞을 것이다. 지금 나의 시간은 어떻게 보면 남편의 시간적인 희생으로 얻어진 시간이다. 삶을 살아가려면 가족 중 누군가는 시간과 돈을 바꾸어야 한다. 남편은 자신의 시간을 돈으로 바꾸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 덕에 나는 나의 시간을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가족을 위한 남편의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늘 지친 모습으로 퇴근하는 남편을 보면 안쓰럽다. 남편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와 가족을 위해서 쓰고 있으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언제일까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지금 나는 남편의 시간적 희생으로 얻어진 이 시간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최근 며칠을 몸이 좋지 않아서 수영을 쉬며 병원도 다녀오고 밥을 챙겨 먹고 낮잠을 자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건강을 챙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까 몸 회복에 집중하며 나의 시간을 쓰는 일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쉰다는 핑계로 누워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흘려보낸 시간도 많았다. 나는 정말 잘 쉰 걸까? 잘 쉬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남편과 대화할 때면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시간이 있었다.


“휴양지의 썬배드에 누워서 하루종일 책 읽고, 수영하고, 바다와 하늘만 바라보며 멍 때리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어”


일상이 지치고 바쁠 때마다 여유로운 휴양지에서의 시간을 더 자주 상상했다. 언제쯤 갈 수 있을지, 어디를 가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그나마 미래에 받을 보상을 앞당기는 일 같았다.



작년 발리로 가족 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휴양지'로의 여행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의 휴가라며 크고 좋은 리조트를 예약했다. 규모가 큰 리조트라 숙소 안으로는 셔틀버스를 운행했고, 수영장이 무려 13개나 있었다. 리조트에서 시간을 더 잘 보내겠다며 지도를 확인해 가며 놀기 좋은 수영장을 찾아다녔다. (상상으로 대신하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하루종일 누워있기 좋은 썬배드를 찾겠다며 수많은 장소의 썬배드 자리도 평가했다.


좀 더 잘 쉴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느라 정작 썬배드에 누워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잦은 이동과 수영으로 책은 30분이나 읽었나, 여유롭게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았던 시간은 반나절이나 될까 싶었다.



매일 선명하게 그리고 원하던 시간도 막상 그 시간에 놓이면 계획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진짜 보내고 싶은 시간도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말처럼. 더 좋은 풍경을 찾아 헤매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지금 여기도 충분하다며 만족하는 마음이 필요했다. 상상보다 조금 부족한 풍경이라도 누워서 하늘을 보고, 책을 읽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휴식에서의 시간이 아닌, 매일 이어지는 평범한 하루하루는 어떻게 채우고 싶은지도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를 쓰며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고 좋았던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 하루 목표치의 운동을 하고 나서 혼자라도 점심을 챙겨 먹는다. 지금처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공감도, 위로도 받는다. 내 시간뿐 아니라 가족의 시간에도 관심을 가진다. 내가 보지 못했을 아이의 시간을 궁금해하며, 회사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냈을 남편의 고민도 들어준다.


내 공간을 정리하고 매만지는 시간도 잊지 않고 챙기고 싶다. 오늘도 미루지 않고 내가 진짜 가지고 싶은 시간들로 채웠다고 말하는 하루로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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