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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Sep 03. 2015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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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참 '미안하다' 라는 소리를 하기 싫어한다.


회사를 다닐 때에도... 중국 사람들과 일을 하다가 일이 꼬이면 명백히 본인의 책임이었는데 다른 핑계를 대기 바쁘다.

택시를 타고 내릴 때, 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와서 뭐라고 해도 오히려 '니가 뭘 아냐'며 더 큰 소리를 낸다. 길치인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는 순간이다.

시간이 없으니 미리 돈을 지불 하고 음식 포장을 부탁하고 30분 뒤에 다시 가면 그 때서야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내가 짜증을 내면 왜 이렇게 빨리 왔냐며 더 크게 성질을 낸다.


학교에서 챙겨줘야 했던 거류비자는 해결하기까지 두 달 가까이 되었으며, 나는 출국할 때까지도 원본 합격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나는 원본을 구경도 못했으며 내게 있는건 이메일 사본이 있을 뿐이다.

새로 구입한 스쿠터에서 중고의 흔적을 발견하고, 분명 '새 것' 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화를내고 따져도, 가게 주인은 이 정도의 흠은 괜찮다며 나를 지나치게 깐깐한 사람으로 몰고간다.


은행 업무를 볼 때에도.
에어컨을 고치는 것도,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도.

일주일이 걸리면 감사하고,
한달이 넘어가도 그러려니 하게된다.




이렇게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데,

그 보다 더 화가나는 것은...

나는,
이  사람들에게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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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스쿠터를 역 가까운 곳에 주차를 시키는데, 그 날은 그 구역을 지키는 아저씨가 내 스쿠터를 파킹 하다가 실수로 내 발을 찍어버렸다.

샌달을 신고 있었던 가엾은 나의 하얀 발등은 예고없이 날라든 날벼락에 꼼짝없는 희생양이 되었다. 혼자서도 움직이기 힘든 무거운 스쿠터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뾰족한 스탠드에 찍히다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악 소리를 질렀다.


사고로 이가 통째로 뽑히고 수술대로 실려가 8시간 누워있을 때에도 울지 않았는데, 이번엔 정말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그대로 피멍이 발등에 번져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저씨는 왜 소리를 지르냐며 웃는다.

그래도 한 동안을 일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멋쩍었는지,

언제 다시 오니. 이 학교 학생이니....


이런걸 묻고 있다....  




#
지하철에 앉아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깊은 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히고 나니, 이내 눈물이 나왔다.

내가 조금만 마음이 넓다면 멋쩍어하는 아저씨의 미안해하는 숨은 마음을 쉽게 이해할텐데,
그깟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에 아직도 이렇게나 반응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아직 나는 덜 컸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그 곳에 파킹을 하게 되었을 때, 이번에는 요그르트를 사서 아저씨에게 건네주고 밝게 인사했다.


아저씨는 나에게 가장 좋고 누가 훔쳐갈리 없는 안전한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 때부터, 꼭 그 곳에 파킹을 하지 않아도, 내가 그 곳을 지나갈 때면 아저씨는 나를 멀리서 보고 씩 웃으신다.





#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사랑에서 중요하지 않다. 남자친구와 피터지게 니가 옳니 내가 옳니 하며 잘잘못을 따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진심이 담긴 '미안해'라는 단어를 내뱉느냐이다.


'미안해' 라는 한 마디는....

큰 소리도, 격한 감정도 이내 누그러뜨린다.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꼭 '미안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더 큰 사랑을 가진 사람으로 준비되어 있으면 된다.





누가 나에게 충고를 하였을 때, 그 말이 다 옳더라도 나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사랑으로 감싸지지 않은 바늘로 내 가슴을 찌르기 때문이다.

푹신한 솜방석에 상처입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판단이 정확하여 옳은 사람보다,  
그래서 무조건 찌르는 사람보다,


나는 푹신푹신하고 기댈만한 솜방석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사랑을 배우게하는 상해.



오늘 난,

'잘한다' 보다, '자란다'라는 소리가 더 좋다.



사랑해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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