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들이 만든 여성의 벽
새해 첫 날, 인도 케랄라주에서 여성 수백만명이 ‘여성의 벽’이란 이름으로 인간 띠 시위가 일어났다. 가임기 여성의 사원 입장을 금지하는 힌두교 전통이 성차별적이라고 항의하며, 성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미로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카사라고드(kasaragod)에서 시작된 행렬은 약 620㎞나 이어졌고, 힌두교 여성들뿐 아니라 기독교인과 무슬림 공동체의 여성들도 동참했다.
10~50대 가임기 여성의 출입을 금지해 온 사바리말라(Sabarimala) 사원은 매년 2000만명이 찾는 힌두교의 성지다. 평생 독신으로 남겠다는 '아야파(Ayyappa)'신의 뜻과 순수성을 침해할 수 없다고 사원 측은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인도 대법원은 가임기 여성의 출입 금지는 종교 자유 침해이며,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성전에 입장 할 수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 이후로 수십 명의 여성이 성전 입장을 시도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성전 입구를 봉쇄하였고, 지금까지 여성들의 출입은 성사되지 못했다.
사원 출입을 허용한 코치지방정부
인도 코치지방정부는 사원 출입을 허용하였고, 경찰관을 동행한 여성 두 명이 처음으로 사바리말라 사원에 입장하였다. 여성이 사원에 출입한 소식이 알려지자 힌두 민족주의 집권당인 인도 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의 지지자와 힌두 우익 단체인 국가 애국연맹(RSS) 회원이 상점을 폐쇄하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며 최루 가스를 발사하고 관공서를 파손시키는 일이 발생하였다. 힌두교의 한 지도자는 케랄라가 여성의 벽으로 인해 사탄의 땅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인도국민당(BJP)의 대변인은 여성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고용주들에 의한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성별, 계급으로 인한 관계뿐 아니라 주요 정당들 사이에 정치적인 갈등 문제가 이 시위를 키운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힌두민족주의를 이용해 선거에서 승리해 온 인도국민당(BJP)이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다섯 개 주의 주의회 선거 개표결과 압도적인 표차이로 패배하면서 제1당을 내어주게 되었다. 현지 언론은 민생 경제 악화 등으로 인해 바뀐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을 패배 원인으로 꼽으며, 모디 총리의 2019년 재집권 여부는 다소 불투명해졌으며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원활한 개혁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일각에서는 인도국민당(BJP) 힌두교도들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케랄라주는 전통적으로 인도공산당이 집권하였던 곳이다. 집권 정당의 사회주의 정책에 따라 오랫동안 복지를 중시하는 체제로, 타 지역에 비해 여성들의 건강 관리 및 교육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가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케랄라주의 문해율은 90~94%로 인도 평균(61%)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종교적 정서와 성별, 계급과 정치적인 이슈까지 얽혀진 이 문제는 2019년 5월에 있을 연방 총선까지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