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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담아 Mar 04. 2024

[잡동산이] 어쩔 수가 없다 2

스마트폰과 결별하여 일주일 살아보기

속해 있는 어떤 모임에서 ‘스마트폰과 결별한 일주일’이란 숙제를 내줬다. 그까짓 것쯤이야. 아침에 일어나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다. 아이는 집을 떠나 있고 나는 비자발적인 병가상태이다. 스마트폰을 안 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 급한 연락이 올 일도 없고 급히 연락할 일도 없을 만큼 관계는 단조롭고 주변은 무탈하다. 생각으로는 스마트폰을 안 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요물이 만만하지 않게 생활을 장악하고 있었다.




권좌를 내주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상을 둘러봐야 한다. 뉴스, 옛날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받았다. 이제 스마트폰이 대체한다. 그까짓 거 뉴스, 안 본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니니 일주일은 참아보자. 그럼 이제 음악을 들어볼까? 앗, 유튜브 뮤직을 이용하려면 스마트폰을 켜야 한다. 오디오가 고장 났는데 별 필요가 없어서 수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매우 난감한 일이다. 그럼 어디를 가 볼까? 어디를 갈지 찾기 위해 또 스마트폰을 켜야 한다. 거기까지 가는 길 찾기를 하려 해도 스마트폰을 켜야 했다. 


어느새 스마트폰이 내 공화국에 권좌를 장악하고 일상을 독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나를 깨우고, 오늘 할 일을 알려주고, 집을 나서면 이동경로를 찾아줬다. 심지어 내 생명줄까지 쥐고 있었다. 스마트폰 없이 끼니도 해결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독재자에 사로잡혀 내 생각마저 잃어버렸다. 리뷰에 선택을 의존하고, 유튜브에서 지식을 갈구하고, 시사 유튜버에 내 판단을 맡겼다. 이미 나는 독재자에 사로잡혀 도망가긴 글렀다.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독재에 당하고만 있을쏘냐. 방법을 생각을 해보자. 안 쓰기 즉 저항, 스마트폰에 대항하는 파르티잔이 되어 보자?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먼저 일상의 편리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불편함을 감내하며 저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권좌를 탈환하라


방법이 없나? 그래 마지막 비책을 쓸 수밖에 없다. 독재의 권좌를 내가 탈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권좌를 빼앗고 스마트폰 본연의 자리, 도구로서 자리로 강등시키는 것이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 나의 하루 생활을 분석해 봤다. 나만의 시간, 사회와의 시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사회와 소통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 도구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만의 시간을 위해서는 도구는 완전히 격리시키기로 한다. 그리고 결심하라. 외로워질 각오, 불편해질 결심. 


독재자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하려면 이제 남은 일은 실천이다. 다행히 나는 MBTI에서 매우 P형이다.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인다. 내 눈앞에 스마트폰을 보이게 하지 말라 그러면 절반은 성공이다. 뭉그적거리는 사이 손이 나가고 그놈에게 지배당하고 말지니 일어나라, 밖으로 나가라, 움직여라. 그리고 빈손으로 걸어라. 


결심은 했다.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장 폴 사르트르가 말했다. 인간은 자유라는 저주를 선고받은 것을. 기어코 너의 독재로부터 해방되리라. 



권좌를 노리는 자가 도사리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너의 흐트러진 집중력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빅테크 기업이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모를 리는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안다. 끊임없이 돈을 벌어 소비하게 하게 하는 것이 현재 자본주의 구조이다. 심지어 이제는 내 시간마저 수익의 대상으로 한다. 광고를 보는 시간,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 그것이 모두 누군가의 수익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그렇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면 순진한 분이시다. 빅테크든 중소기업이든 그렇게 수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다. 그것을 증오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로부터 탈출할지, 외면할지, 그냥 지배당하고 살지 각자 몫이다. 하지만 자유롭고자 하는 자, 그들의 내 삶의 권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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