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꿀팁의 시대

말이 많은 사람과 말이 필요한 사람

by 샤누자오사무

화면 밖으로 통찰이 넘쳐 흐른다. 커리어 인사이트, 직장 생존 꿀팁, 업계 은근한 비밀이라는 말들이 제목을 장식한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그런 말을 가장 크게 쏟아내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작 그 일을 오래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이를 막론하고, 업계 경력은 아직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학교에서 보낸 시간과 다른 분야에서의 짧은 경험까지 몽땅 끌어 모아 자기의 자격 요건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전문가로 포지셔닝한다. 신기한 건, 이런 사람들은 말이 참 많다는 거다. 정작 말을 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말을 아끼고, 아꼈으면 하는 사람은 너무 말이 많다.


경력이 능력의 보증은 아니라는 걸 안다. 오래 일했다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짧게 일했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업계에 15년, 20년 버틴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다르다. 이들은 직업 관련 “꿀팁”을 잘 얹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 자기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일상에 대한 단상, 세월을 겪으며 얻은 작은 깨달음 같은 것들을 담백하게 풀어놓을 뿐이다. 그 말들에는 자극적인 키워드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비법도 잘 없다. 대신 오래 묵힌 국물 같은 게 있다. 깊이는 묵묵히 쌓이고, 정작 겉으로는 조용한 법이다.


반면 꿀팁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말들은 대개 구조가 비슷하다.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워딩, 알고 보면 다 비슷한 조언, 끝으로 갈수록 자기 브랜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 그게 콘텐츠의 목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트래픽을 올리려는 노력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게 모인 관심을 기반으로 광고를 붙이든, 강의를 팔든, 컨설팅을 하든, 요즘 시대의 생존 방식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유독 잘 먹히는 바닥은 대개 얕다. 당장 뭔가를 해 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생각보다는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은 사람들, 남들이 하는 걸 비슷하게 따라해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렇게 얕은 수면 위에서 비슷한 콘텐츠가 끝없이 양산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은 점점 더 획일화되어 간다. 요리 레시피는 점점 똑같은 재료와 소스 조합을 향해 모이고, 사진 보정 톤은 비슷한 색감으로 정리된다. 직업 조언도, 자취 꿀팁도, 해외 취업 이야기도 서로 베껴 쓴 듯한 문장으로 채워진다. 전문지식이라 불리는 영역, 법률이나 세무처럼 오히려 오래 파고들어야 제맛이 나는 분야조차 “~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몇 개의 문장으로 축약된다. 세월의 지혜가 묻어나야 빛을 발하는 이야기들은, 짧은 글과 클립 사이에서 형태를 잃는다.


그런데 애초부터 꿀팁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직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취, 해외 취업, 외국어, 운동, 특히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라면 더 그렇다. 외국어는 꿀팁 몇 개 본다고 늘지 않고, 테니스는 영상을 몇 번 본다고 해서 안 들어가던 서브가 갑자기 라인에 꽂히지 않는다. 수학은 공식만 안다고 풀리는 게 아니고, 세무는 “이 것들만 보면 끝”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초에 시간을 쏟고, 이해될 때까지 파고들고, 어느 정도의 실패를 감수하면서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사실, 학교든 직장이든 고작 손에 꼽힐 만한 연차의 선배들에게 인생과 커리어의 큰 방향을 물어보는 풍경은, 생각해보면 조금 웃기기도 하다. 스펙을 뭘 쌓으면 뭘 할 수 있냐는 질문들이, 결국 이런 콘텐츠를 먹고 자라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만 깨끗했다는 뜻은 아니다. 돌이켜 보면 사회생활 초반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오만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겨우 몇 년 일해보고, 세상살이에 대해 꽤 많은 걸 안다고 착각했다. 그때 내 머리를 조용히 내려친 한마디가 있었다. 모든 것을 너의 이야기로 만들지 말라는 말. 누군가 건넨 그 한 줄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누군가의 고민과 실패, 구조적인 문제와 운 같은 것들까지도 전부 내 서사에 끌어들여서 해석하려던 태도를 멈추라는 신호였다.


그 이후로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깊이는 결국 자기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잘 정리된 조언을 듣더라도, 시간이 제 몫을 하지 않으면 변하는 건 별로 없다는 것을. 기초 지식이, 그리고 수학 능력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금세 지겨워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그 지루한 기반들이다. 기초에 시간을 쏟아야 하고, 이해될 때까지 파고들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화려한 문장과 자극적인 꿀팁이 훨씬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핵심은 이거다. 정작 말을 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말을 아끼고, 아꼈으면 하는 사람은 너무 말이 많다. 정말 오래 걸어온 사람은 대개 조심스럽고, 막 길에 들어선 사람일수록 앞다투어 지도 역할을 자처한다.이걸 단지 자기 피알의 시대라서 그렇다고, 누구나 스스로를 콘텐츠화해 파는 시대라서 그렇다고만 말하기에는 어딘가 씁쓸하다. 이 조용한 사람들의 침묵과 시끄러운 사람들의 과잉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이런 것일 거다. 너무 빨리 대답을 찾지 말고, 너무 쉽게 꿀팁을 좇지 말고, 내 깊이는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말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어떤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말할 기회가 올 때, 적어도 어느 쪽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