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착각

온실에 머문 채 성숙을 말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by 샤누자오사무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된다. 이 문장은 너무 당연해서 질문을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른이 되는 순간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나이가 찼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역할을 얻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보호받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으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어른은 자신이 어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어떤 어른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완성된 사람처럼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지위가 아니라 상태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태,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외부에 떠넘기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상태를 거치지 않고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먼저 얻는다. 나이는 쌓이고, 직함은 붙고, 말투는 단단해진다. 그러다 보면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착각은 언제나 편안하다. 진짜 성장은 불편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온실에 안주하는 어른들이 있다. 보호받는 환경 속에서 오래 머물렀고, 실패는 늘 누군가가 수습해줬고, 선택의 대가는 항상 분산되었다. 그들은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려온 안전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자기 삶의 균열을 구조 탓으로 설명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자기 몫의 책임을 인식하는 데는 서툴다. 이런 태도는 종종 도덕적 확신으로 포장된다. 나는 옳고, 나는 피해자이며, 나는 예외라는 말들. 그 확신이 강할수록 성장의 여지는 줄어든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른의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사람은 쉽게 공격적으로 변한다. 자신의 취약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미성숙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단순하게 나누고 상대를 규정한다. 흑백으로 나누는 사고는 편하다. 고민할 필요가 없고, 스스로를 점검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온실의 공기와 같다. 안정적이지만, 바깥의 기후를 견딜 힘은 길러주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감당해왔음에도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배우고 있고, 여전히 틀릴 수 있으며, 여전히 수정 중이라는 사실을 안다. 이들은 말이 느리고 판단을 유보한다. 자신이 모르는 영역 앞에서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 항상 강해 보이는 선택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 침묵하는 것이, 시간을 버는 것이 더 성숙한 결정일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보이지만 어른인 사람도 있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질문이 많고, 완성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결과를 떠안는다. 실수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지 않고, 실패를 다음 선택의 자료로 삼는다. 이런 사람들은 겉보기엔 미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른에 가깝다. 어른이란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수정 가능한 사람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가 온실형 어른을 너무 쉽게 양산한다는 데 있다. 불편한 피드백을 차단하고, 불확실한 경험을 미루고, 자기 확신만 강화하는 구조. 그 안에서는 어른 흉내가 성숙으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보호막 안에서만 유지되는 안정감은 위기 앞에서 무력하다. 온실을 나서는 순간, 그 사람은 다시 아이가 된다. 감당해본 적 없는 바람과 온도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온실을 나오는 일이다. 보호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보호를 요구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늘 이해받지 않아도 견디고, 늘 안전하지 않아도 판단하고, 늘 옳지 않아도 책임지는 것. 이 과정은 느리고 불편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건너뛴 채 어른이라는 명패만 달고 살아간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된다. 하지만 그 문장은 조건부다. 자란다고 해서 자동으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시간을 통과하는 일이 아니라, 책임을 통과하는 일이다. 온실에 안주한 채 성숙을 말하는 사람보다, 바깥에서 흔들리며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 더 어른답다. 어른다움은 주장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감당해온 것들로만 조용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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