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잦아들자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매미 울음소리가
엄습해 왔다.
저들의 울부짖음이
세상을 메우고
나의 온몸에 닿아
좌우의 청각기관은
온통 그 떨림에 잠식되어
균형 감각과 위치 감각마저
처참히 상실하였다.
저들의 목소리만이 들리고
그것이 진실이고
그것만이 정의라 하였다.
쏟아지던 빗줄기에
작은 몸을 웅크리며
비가 그치기만 기다린 것은
비단 저들만이 아닐 것인데
이제는 저들도 같이
비를 피했던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름이 영원하진 않겠지만
유독 긴 여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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