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잘 익은
배 하나
남겨두신다 하였다.
손녀 둘 그리며
흙 고르고
나무를 심고
거름 뿌리고
마음으로 정성으로
그렇게 할아버지의
황금빛 그리움도
익어갔을 것이었다.
올 추석 조손은
결국 만나지 못했고
시골 앞마당에 매달린
할아버지의 그리움은
어찌 되었을까.
그 배 한 입 베어 물었더라면
손녀들 목구멍으로
단물이 꿀꺽하고 넘어갔더라면
할아버지의 한 해는
그것만으로 족했을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익은 가슴으로도
뜨겁고도 시원한 단물이
적셔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 : 2018년 추석, 시골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