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영 Jun 05. 2020

지금,
다윗은 골리앗을 어떻게 이기는가?

Market insight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다

이제는 관용어가 된 이 말이 담긴 책이 나온 지 15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어떤 경쟁사를 어느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한다.



다윗의 등장

카카오뱅크 출시 후 시중은행의 리뉴얼 목표는 카카오뱅크를 대응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프로젝트 요청서에 기재된 사항은 카카오뱅크‘수준’의 사용성 확보, 카카오뱅크’처럼’ UIUX개편이었다. 사실 본질은 시중은행이 지점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옮기며 금리를 강조한 상품마케팅에 힘을 줄 때 카카오뱅크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장벽을 없애고 생활 속 금융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즉, 핵심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것인가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승자는 결국 다윗 | 출처CBinsights)


시중은행에 대항하는 카카오뱅크의 등장처럼 새로운 파괴자(Disrupter)의 등장은 계속된다. 몸집은 가볍지만(Asset-Light) 기술적 뒷받침이 되는 사업자(Digital·Data Native)가 고객의 행태를 이해하고 맥락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밀접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사업자의 세력을 위협한다.

국내 시중은행을 팔로우하게 만든 카카오뱅크, 전통 호텔업을 위협하는 에어비앤비(Airbnb), 전자제품 제조업의 신흥강자가 된 샤오미(Xiaomi) 기존 운송업 구조의 혁신을 가져온 우버(Uber)처럼. 파괴자는 초개인화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때로는 전통 골리앗이 다윗의 모습으로 시장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호텔 사업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세운 기업 에어비앤비처럼, 다윗들의 등장)

전통 사업자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디커플링(Decoupling)해 제공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언급한 우버의 경우, 고객이 이동을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단계에만 집중해 그 외의 구매·유지·관리 단계를 생략한 서비스 제공한다. 다만 ‘이용’단계의 차원을 넓혀 각종 모빌리티·운송 관련 서비스로 확장한다. 자동차, 바이크, 헬리콥터까지 이동하는 수단을 확장하기도 하고 사람, 음식, 물류까지 이동하는 대상도 확장한다. 우버의 업(業)의 정의를 내리자면 ‘사람의 이동’에서 ‘사람을 위한 서비스의 이동’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파괴자(Disrupter)는 고객에게 접근할 때 전통사업자가 제공하던 제품과 서비스을 혁신하려 하지 않는다.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책 인용)

기존의 것을 고치는 혁신이 아니라 판을 엎고 새로 짜는 교란의 수준이다


다윗은 어떤 무기를 쓰는가? | 콴타스 항공(Qantas Airline) 사례

호주의 콴타스도 다른 항공사와 비슷하게 항공 연료의 가격 폭등, 주요 고정비 상승, 저가항공사 등장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하 압력으로 사업의 위기를 맞았다. 대부분 항공사는 외부 위험 상황에 따라 비즈니스가 흔들리는 구조이다. 게다가 카약(Kayak)이나 스카이스캐너(Skyscanner)같은 가격비교 사이트로 수요가 이전되며 직접 판매도 감소했다. 고객과의 스킨십도 줄어든단 이야기다. 


(출처 | 5 Ways That Qantas is Using Data to Delight Customers & Build Loyalty)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 새로운 판을 짤 것인가?

콴타스는 이러한 외부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보다 자신들의 판을 바꾸는 것을 시도했다. 더 이상 항공권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의 미래가치를 재구성할만한 콴타스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콴타스 로열티는 호주 인구 절반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 로열티 프로그램은 항공권 구매는 일부일 뿐 일상 속 다양한 활동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드라이클리닝, 커피 구매, 놀이방, 골프, 보험가입 등 비행과 상관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포인트를 쌓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로열티 프로그램은 콴타스 국제사업 전체 수입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울워스 마트, 호이츠 영화관, 록풀 레스토랑,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기업도 콴타스의 포인트를 구매해 고객에게 보상을 위해 사용한다. 기업들이 구매하는 포인트는 국제선 항공권을 파는 매출보다 크다.

 

비즈니스를 위협하던 외부 요인을 대응하거나 직접판매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을 하는 대신 로열티 프로그램을 런칭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장했다. 콴타스는 고객의 항공권 구매 내역뿐 아니라 일상 속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면서 고객의 행동과 선호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데이터 통찰력을 활용해 제품설계, 신규 출항지와 경로를 개발, 효율적인 자본 할당, 고객지원 교육 및 창의적인 전략을 구상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됐다.


콴타스는 파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찾아낸다

-콴타스 CEO 앨런조이스 曰-


콴타스는 더 이상 항공권 제조업으로 전락한 경쟁사와 경쟁하지 않는다. 실제 비행이라는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고객과 관계를 심화하고 타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쌓인 ‘진짜 신뢰’는 고객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넘쳐나는 다윗 사이에서

국내FSC(Full Service Carrier)와 LCC(Low Cost Carrier)의 디지털 채널 개편 제안을 하면서 항공업에 대한 고민을 꽤나 했다. 나는 항공사가 만든 티켓을 OTA, Meta Search, 종합여행사, 포털사이트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항공사는 항공권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 포지션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리앗들은 카카오뱅크를 대응하던 시중은행처럼 UI상 사용성 개선과 프로세스의 편리함을 요청하는 것이 안타깝다. 디지털 채널이 항공권을 구매하는 ‘수단’의 플랫폼에 멈춰있다면 우리는 고객과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항공권을 해당 항공사의 디지털채널에서 구매하지 않는 나처럼, 대체재는 많고 시장은 이미 다윗들로 넘쳐나니까!

이제는, Direct to Customer! 
(책 신뢰이동 中 , '신뢰는 미지의 대상과의 확실한 관계이다')

15년 전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은 경쟁사를 동종산업에서 찾던 기존 프레임을 깼다. 하지만 이미 산업 간 경계는 희미(Big Blur)해졌고 넘쳐 나는 다윗들까지 대응해야 한다. 이제 기존 프레임을 바꾸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콴타스처럼 고객과 색다른 경험으로 '직접'만나야 한다.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야 되는 시대다. 관계와 신뢰가 역으로 비즈니스를 이끄는 모멘텀(momentum)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기업이 외부 위험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서비스를 줄 근간이 된다. 


영감을 얻은 책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파괴하는 자만이 새로운 제국을 짓는다
-디커플링, 넷플릭스, 아마존, 에어비앤비… 한순간에 시장을 점령한 신흥 기업들의 파괴 전략
-신뢰이동, 이동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해당 글은 디아이매거진과 디지털 인사이트 사이트에 게재 중입니다. 

※작가의 더 많은 글을 보려면 [구독하기]를 눌러주세요.

※콘텐츠 문의와 연재 요청은 댓글 또는 이메일(romipsy@gmail.com)로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는 것'에서 '누리는 것'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