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에게 씨앗이 하나 주어졌을 때,
나는 재크와 콩나무의 주인공처럼 꿈에 부풀어 있었다.
싹을 틔우면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크고
푸른 콩나무가 될 거라 믿었다.
그날을 기다리며 설렘 속에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싹을 틔운 뒤에도
아무리 뿌리를 깊게 내리려 해도
더 이상 뻗어가지 않았고,
기를 쓰고 애를 써도 위로 자라지 않는
이 팔과 다리를 보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나는 콩나무가 아니라, 콩나물이라는 것을.
그래도 나는 보호하심 아래
온전한 콩나물시루로 옮겨졌다.
하루하루 정성스레 물을 주던 따뜻한 시선들이
점점 실망으로 바뀌어 갈 때,
나는 다시 한번 좌절을 느꼈다.
왜 그들이 주는 영양과 물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는 것 같을까.
아무리 수염을 길게 뻗어 움켜쥐려 해도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듯해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그래도 돌보아주는 손길이 좋았고,
나에 대한 기대와 응원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를 지키며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문득,
같은 문제를 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했다.
한 뼘 성장했구나.
담아내지 못한다고 다그치던 시간 속에서도
나는 이미 받아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물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토양으로 스며들고 있었다는 것을.
왜 받아내지 못하냐며 타박받던 콩나물시루는
썩지 않게, 버티게, 다음을 준비하게 하는
나만의 토양이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이제 묻는다.
얼마나 자랐는지가 아니라,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내 마음이 얼마나 비옥하고
경작되어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