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Sep 26. 2018

유럽의 기독교 3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성모신앙


서유럽, 남유럽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성모 마리아에 관한 수많은 조각과 유물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성경에 관심을 가져보면 참으로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에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로서 신약의 앞부분, 예수탄생 부분에서만 잠시 언급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마리아가 오히려 성서의 주인공인 예수보다도 더 부각이 되는 걸까요?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독교의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성모 마리아 상 – 톨레도 스페인)


최초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 알프스 이북의 유럽은 게르만족의 세상이었고, 영국과 프랑스 일부에는 게르만족이 널리 퍼지기 전 유럽에 널리 거주하던 켈트 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각자 고유의 신화 체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모두 지모신(地母神) 숭배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농업과 목축이 기반인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농업에서의 수확과 목축에서의 가축의 출산은 식량의 생산이고 이것이 곧 경제력의 핵심이었습니다. 당연히 출산에 관여하는 여성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신격화하여 신화로 만들어진 것이 고대 이집트의 대지의 여신 이시스,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 게르만 신화의 프레이야 등 입니다. 초기 기독교의 포교 과정은 이 지모신을 모시는 민간 신앙과의 투쟁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간의 신앙은 절대적으로 기복(祈福)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인 어떠한 고급 논리로 설명해도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교리가 완벽하고 철학이 탄탄하다 해도, 일반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올해 추수를 도와줄 여신님의 신령함이 필요하고 당장 내일 출산하는 소의 건강을 도와줄 여신님이 간절할 수 밖에 없는 법입니다. 여기에서 로마 카톨릭이 취한 입장은, 배격의 대상인 민간 신앙, 이교도 민간인을 포교하기 위한 일종의 타협이었습니다. 아무리 뿌리 뽑으려 해도 안된다면 차라리 포용해서 기독교 세계관에 녹여버리자는 전략인 것이죠. 너희가 지금 믿고 있는 그 여신님, 그 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이시고, 성모 마리아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우리가 지금 믿자는거다, 이제 이해가 되나? 라고 설득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민간신앙을 흡수하면서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억압하며 교세를 넓혀나가서 현재의 로마 카톨릭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로마 카톨릭의 많은 부분들이 성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로 채워지게 된 것이며, 그 대부분은 민간 신앙을 흡수하면서 타협한 결과인 것이죠. 이는 비단 카톨릭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결과가 아니고 어느 종교에서나 다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의 불교에서도 수많은 힌두교의 신들이 신중(神衆)으로 부처의 수호신으로 흡수되고, 많은 산 속에 있는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대웅전 뒤에 위치한 작은 전각, 삼성각(三聖閣)에 그 산의 산신령을 모시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처 아래 많은 신들이 집합했지만 부처는 너무 높으시고 바쁘실 것 같아서 예전부터 기도하며 의지했던 산신령께도 계속 기도하고 싶은 마음을 불교가 포용한 결과인 것입니다.


(인천 용궁사 삼성각)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사원인 노트르담(Notre-Dame)도 성모 신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노트르담이란 뜻이 영어로는 Our Lady에 해당하며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파리뿐만 아니라, 스트라스부르, 루앙, 랭스, 아미앵 등 북 프랑스를 중심으로 수많은 노트르담 사원들이 건립되었습니다.


(노트르담 성당 –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이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는 산타 마리아 (성모 마리아) 성당들이 같은 예인데, 성모 마리아라는 이름의 성당만도 이탈리아 전역에 3,000여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인 이탈리아 사람들끼리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산타 마리아 뒤에 특정한 수식어를 붙여서 구분하곤 합니다.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는 "위대한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고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는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 됩니다.


(두오모 – 피렌체 이탈리아)


독일에서는 Marien, Frauen 성당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유추할 수 있듯이 Marien은 Maria를  Frauen은 독일어로 Lady를 뜻합니다. 뉘른베르크, 뮌헨의 프라우엔 성당이 유명합니다.


(프라우엔 성당 – 뉘른베르크 독일)


카톨릭에서 이렇듯 성모 마리아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앞서 설명한 지모신 신앙을 흡수하는 과정외에도 종말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의 구조상 사후의 심판에 있어서 엄격한 남성 예수보다는 자애로운 어머니, 마리아께 기대보고 싶어한 당시 중세 민중들의 염원도 한몫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모에 대한 집착은 성서 중심으로 개혁한 개신교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성모신앙 #지모신 #종말론 #노트르담 #산타마리아 #프라우엔 #이시스 #데메테르 #프레이야

작가의 이전글 억울한 이탈리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