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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배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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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05. 2022

다시 시작된다


며칠 있으면 배구 시즌이 시작된다. 신나고, 행복하고, 선수를 볼 날이 기다려진다. 내가 응원하던 팀은 한때 잘 나가는 팀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을 꼴찌에서만 맴돈다. 신인선수들을 키운다는 명목이지만 팬 입장에서 서운하다. 이기려고 하는 경기이지, 실력 키우는 것이 아니니까. 감독이 향후 몇 년을 계획하고 실력을 키운다고 하지만 팬 입장에서 이기고 싶은 경기를 보고 싶은데 최근 몇 년은 지는 것이 훨씬 많았다. 올해로 그 키운다는 명목이 3년째일 텐데 올해는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제발 꼴찌는 탈출하자.           


어릴 적 신진식, 김세진 선수가 뛸 때 배구 경기를 챙겨보다가 배구를 잊고 살았다. 그 당시에 농구와 배구가 한참 인기가 있었고, 겨울이면 농구를 챙겨보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인기로 배구보다 농구가 더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농구보다 배구를 더 좋아한다. 몸을 부딪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세월이 흘러 알게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운동과 내가 관심을 두고 관람하는 스포츠를 종합해 나온 결론이었다. 올림픽에서 챙겨보는 운동은 탁구, 배드민턴, 배구이다. 축구는 월드컵이 아니고서야 특별히 잘 챙겨보지 않는다. 야구는 싸우는 것은 아닌데 희한하게 잘 안 보게 된다. 현장 가면 응원과 함께 열정을 쏟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몸을 부딪치는 것보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상대의 영역에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운동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스포츠는 페어플레이어 정신으로 임해야 하지만 나는 몸을 부딪치며 하는 스포츠를 보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 교양으로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를 배웠다. 자세만 한 학기 내내 배워 실질적인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어 아쉽다. 조금이라도 수업 중에 경기를 해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있기 있었지만 미비한 수준이었기에 경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테니스를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다.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배구도 배워보고 싶다.     


몇 년을 잊고 지내다가 2009년이었을 것이다. 배구 월드 리그를 천안에서 참관하고, 그다음 해도 인천에서 열리는 월드 리그를 직접 참관하러 갔는데 텅 빈 좌석과 응원이 없는 관중석을 보면서 나라도 배구를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충청지역에서 오래 살았고,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문성민 선수가 소속된 천안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천안 경기장을 직접 가거나 방송을 통해 배구 경기를 챙겨본다. 내가 응원하는 팀 경기를 챙겨보고, 경기의 결과를 챙겨보고,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가을에서 봄까지 나는 배구에 열정을 쏟는다. 가끔 축구 경기가 하는 것도 아닌데, 박수를 겁나게 치면서 소리를 지를 때가 있는데 아마 누군가는 미친년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래도 좋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최근 너무 지니, 조금이라도 이길 때 열광적으로 박수를 칠 수밖에. 코로나로 인해 경기장에 관중석을 받지 못했고, 설령 받더라도 적은 인원을 받아 경기장을 차마 가지 못했다. 노년의 엄마와 함께 살다 보니 극도로 조심했다.     


처음 배구 경기장을 데려갈 때만 해도 엄마는 입에 뿔이 났다. 사람도 많고, 배구를 뭘 안다고 직관을 하느냐는 식에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도 배구를 챙겨본다. 이제 선수들도 눈에 들어오나 보다. 텔레비전이나 현장에서나 “허수봉, 수봉이다.”라고 말한다. 허수봉 선수를 정확히 안다. 그리고 내가 문성민과 신영석, 김선호 선수를 좋아하는 터라 이 선수에 대해서도 엄마는 안다. 그리고 나는 나경복도 좋아한다. 경쟁팀이지만 임동혁 선수의 이기고 싶어 하는 그 투지를 보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눈다. 내가 "나경복이다. 경기력이 일정해서 좋아 그치, 엄마!!" 하면 엄마도 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잘할 때 잘하는데 실수할 때 계속 실수를 연발하는 데 나경복 선수는 꾸준하다. 근데 엄마도 그것을 알아본다. 이젠 선수가 보이니까 재미있나 보다.     


이번 가을에서 봄까지 꼭 한번 천안 경기장을 가리라 다짐한다. 지금껏 장충체육관, 의정부 체육관, 인천 체육관, 대전 체육관, 천안 유관순 체육관을 다녀봤지만, 천안 유관순 체육관만큼 재미있는 경기장은 없다. 천안 유관순 체육관이 홈경기이기 때문에도 더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응원 스케일 역시 다르다. 관중석은 타 도시와 견주어 월등하다. 그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 올 시즌에는 꼭 천안 경기장 가야 한다. 갈 것이다. 애드벌룬도 손으로 튕겨보고, 핸드폰 불빛으로 응원도 하고, 응원가도 부르고 싶다. 배구 전용 구장답게 배구를 보는 데 안성맞춤이다.     


다시 돌아왔다. 배구여, 올해 나와 엄마와 함께 신나게 놀아보자. 이젠 텔레비전도 커져 집에서 봐도 기대되는 올해이다. 올해 1등으로 가보자, 제발 예전의 명성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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