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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영 Jun 03. 2024

어느 40대 여성의 수험일기 #1

이 이야기의 끝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어느 40대 여성'이라고 하면, 안정적인 가정이 있는.. 그래서 생계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적당히 잘 자라준 아이들 덕에 비로소 생긴 여유시간을 투자하는 수험생활쯤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겠지..

그러나 마음 밑바닥부터 용기를 끌어올려 이 글을 쓰는 나는, 이혼 10년 차 돌싱.. 경제적인 여유도, 보장된 미래도 아직은 불투명한, 불혹을 넘겼지만, 여전히 휘청이며 흔들리고 있는 40대다.


상당수의 40대들이 '내 나이 40이 이럴 줄 몰랐다'라며 배신감과 유사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지금의 나는 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혼자 어두운 밤을 보내야 하는지.. 제대로 넘어져보기도 전의 어렸던 나는 지금 내 모습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올해 4월, 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1년간 치열하게 직장과 병행하며 이어오던 고통의 시간을 정리하고 집중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열댓 명 직원이 전부인 작은 회사에 사직의사를 밝히던 날, 센터장은 생각 없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건넸다. 

"넌 올해 합격하긴 글렀는데.. 뭘 서둘러 퇴사를 하려고 하니?"


어쩌다 보니, 아니, 때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충분했지만.. 그렇게 저렇게 사회적 기초를 다졌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보니 경력이 단절된 40대 여성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는 어느 시점부터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게 되어버린 듯했다. 고이고 고여 썩은 내가 나는 곳, 시대를 역행하여 여전히 70년대쯤의 문화를 가진 곳.. 발버둥을 쳐봤자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그런 곳들 뿐이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렇게 최저임금이라도 받으려면.. 자아를 누르고 자존심을 버리고 그냥 그렇게 버텨야 하는 것을.. 앞으로 정년까지 이렇게 살 시간들이 적어도 20년이나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는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전문직 시험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어쩌면 꼭 그 일이 하고 싶다는 것보다 그렇게 죽은 듯 살아야 하는 시간들을 견딜 수 없었던 이유가 훨씬 컸던 것 같다. 단 몇 년을 일하더라도 일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자랑스럽고 흡족한 그런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1년을 달려온 시간의 첫 번째 결과는 '불합격'


급작스레 응시인원이 폭발해 올해 처음 시험의 틀이 완전히 바뀐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기존의 틀대로 준비를 했던 내 잘못이 분명한, '실패'였다. 


첫 도전에 완주를 할 것이란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예상대로라면 5월 1차 시험을 합격하고 내쳐달려 몇 개월 뒤 2차 시험까지 치러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방향을 잃으니 막막해졌다. 분명 난 어제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고 여전히 해는 뜨고 지는데.. 마치 사막 한가운데 내던져진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이 비참한 기분.. 내가 겪은 좌절은 단지 이 시험 하나일 뿐인데.. 자꾸 지나간 내 못난 과거들이 거기에 길게 꼬리를 물고 내 목을 조여 오는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이 수험을.. 그리고 내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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