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친구들이 진지하게 물었다.
“너는 어떤 태교 했어?”
나는 머리를 굴렸다. 클래식 음악? 명상? 요가?
NO...
“엑셀...?”
“아, 나도.”
“나는 PPT 슬라이드 넘기면서 마음을 다스렸지”
“야, 나는 회의시간에 태동 제일 많이 느꼈다”
우리의 태교는 다정하고 조용하지 않았다.
회의 준비하면서 뱃속 아기에게 중얼거리고 마음에 안 드는 팀장님의 지시 역시 아기에게 혼잣말로 얘기했다.
그렇게 아이가 세상에 나왔고, 나는 워킹맘이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놀라운 일이 생겼다.
우리 아이가 말을 배우고, 어느새 회사라는 개념도 익혔는데.
어느 날, 내가 평일에 휴가를 내고 있었더니 딸이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오늘 회사 안 가?”
“응~ 오늘은 쉬는 날이야.”
“팀장님한테 허락받았어?”
으읭 뭐라고? 팀장님 허락?
얘 누구한테 배운 거지?
“그... 그렇지! 휴가는 허락받고 쓰는 거니까”
“얘기했어?”
“......어......응......”
그 뒤로는 더 웃긴 일들이 줄줄이 터졌다.
남편이 회사 일로 바빠서 연이어 늦게 퇴근했더니,
“아빠, 팀장님이 오래 일하래?”
그리고 남편과 내가 종종 “내일 월요일이야 회사 가기 싫은데...!"라고 이야기하면 딸은,
“가지마 팀장님한테 내가 말해줄게!”
어느 날은 퇴근하고 집에서 전화를 받고, 메일을 보내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아이가 삐진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거야. 지금은 나랑 놀아!”
그리고 또 다른 날,
어린이집 부모 참여 행사에 남편이 대신 간다고 했더니
이렇게 말한다.
“안 돼. 엄마도 와야지. 엄마 팀장님이 엄마 보내줄 거야. 내가 말해줄게”
딸은 어느새 작은 관리자처럼 굴고 있다.
지금 우리집 최종 승인권자는 만 3세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