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by Luckyjudy

출퇴근 기록은 명확하다.

출근 9시, 퇴근 18시.

기계는 딱 그 시간만 찍어준다.


하지만 현장은 늘 애매하다.

8시 40분쯤 출근해 유니폼을 갈아입고, PC를 켜고 시스템에 로그인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일은 시작된다.


유니폼 갈아입는 시간은 근로시간일까?

제조업, 물류센터, 서비스 업종에서는 근무 전 환복이 일상이다. 법원은 "업무와 불가분 하게 연결되어 있고, 회사가 강제했다면 근로시간"이라고 본다. 예컨대 안전이나 위생 때문에 반드시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직원들은 10분 먼저 와서 갈아입지만, 회사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10분은 사소해 보이지만, 1년을 쌓으면 꽤 큰 차이가 된다. 직원은 억울함을 말하고, HR은 관리가 난감하다.



준비와 마무리, 어디까지 인정할까


PC 로그인: 프로그램이 열려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준비 과정은 근무시간일까 아닐까?


퇴근 후 정리: 퇴근카드를 찍고도 매장을 정리하거나 마지막 메일을 확인한다면, 이미 퇴근한 걸까, 여전히 일하는 걸까?


회의 전 준비: 9시에 회의가 잡히면 직원들은 8시 50분쯤 모여 자료를 본다. 공식 근무시간이 아닐 뿐, 사실상 업무는 시작된 셈이다.


점심시간 통화: 점심시간에 고객 전화를 받거나 메일을 처리한다면 휴게시간일까, 근무시간일까?


대기시간: 비행기가 늦어 30분간 할 일이 없어도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직원들. 이 시간은 '쉬는 시간'일까, '근로시간'일까?


반대로, 퇴근 후 환복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줬더니 일부러 느릿느릿 옷을 갈아입으며 시간을 버는 직원들 때문에 HR이 골머리를 앓은 사례도 있다.


그럼 또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9시에 출근카드를 찍고 바로 커피를 사러 가는 직원,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직원의 시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숫자와 체감 사이


HR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근로시간은 '숫자'로 명확하게 남겨야 하는데,

현장은 늘 '사람의 체감'이 먼저다.


직원은 억울하다고 느끼고, 회사는 관리가 어렵다고 말한다.

제도와 현실이 어긋나는 순간, 갈등이 생긴다.



근무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신뢰로 잰다


결국 중요한 건 시계가 아니다.

"내가 일한 시간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신뢰다.


모든 걸 법적으로만 풀어낼 수는 없다.

HR의 역할은 기록을 맞추는 게 아니라, 직원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 HR은 늘 이 사이에서 치인다.

회사 입장을 대변해야 하고, 직원의 억울함도 들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건 근무시간이다, 아니다"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그 싸움은 끝이 없고, HR은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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