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전쟁: 부르는 대로 달라지는 직장문화

by Luckyjudy

직장에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님, 씨, 과장님, 선임님, 매니저, 프로..." 회사마다, 심지어 같은 팀 안에서도 부르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권력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님 캠페인'의 웃픈 풍경


이전 회사는 비교적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했다. 그래서 전사적으로 '님 캠페인'을 진행했다. 직급을 다 떼고, 모두가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이다. 혹시라도 직급을 붙이는 직원이 있나 살펴보려고 암행어사까지 뒀다. 적발되면 귀여운 패널티를 주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상사와 대화할 때 직급 대신 "OO님"이라고 부르니 장벽이 낮아지고, 협업할 때도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이 방식이 모든 회사에서 통하는 건 아니다.



위계적인 회사에서의 호칭


보수적이고 위계를 중시하는 회사에서는 '님 캠페인'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과장님", "부장님"이라는 호칭 속에는 단순한 직급 표시가 아니라 위계와 질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조합은 호칭이 더 무겁다. 지부장, 위원장, 사무장, 주무관... 이름만 들어도 서열이 느껴지는 직책들이 줄줄이 붙는다. 서로를 부르는 방식만 봐도 누가 누구보다 높은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누군가를 갑자기 "OO님"이라고만 부른다면, 오히려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다.



호칭을 둘러싼 진짜 갈등.

HR의 입장에서 보면, 호칭은 늘 딜레마다.


호칭 통일 캠페인을 하면, 직원들은 "왜 귀찮게 강요하냐"라고 반발한다. 심지어 어느 직원은 내가 힘들게 따놓은 직급을 내려놔야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직급을 그대로 두자니,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자는 흐름과 어긋난다. 특히 회의 자리에서 어떤 직원은 '팀장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OO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머뭇거리고, 괜히 공기가 묘하게 경직되기도 한다.


글로벌 회사처럼 영어 이름(first name)만 쓰자니, 한국 직원들은 불편해한다. "한국 회사에서 왠 영어 이름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호칭 하나 바꾸는 문제조차 조직문화, 세대 차이, 위계 구조가 얽히며 갈등으로 번진다.



호칭을 바꾼다고 조직문화가 바뀌는 건 아니다. "님"이라고 불러도 여전히 권위적으로 대할 수 있고, "과장님"이라고 불러도 존중과 배려를 담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단어가 아니라 태도다.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호칭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HR은 이 애매한 지점을 늘 관리해야 한다. "님으로 통일합시다"라는 캠페인을 띄우기도 하고, 반대로 "직급을 존중합시다"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한다. 그 사이에서 직원들의 불만과 회사의 요구를 동시에 들어야 한다.


호칭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과장님"이라 불리고 싶어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냥 OO님으로 불러주세요"라고 말한다. HR은 그 두 목소리 사이에서 또다시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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