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할머니 옆에 살며 도움을 받는 걸 두고 부르는 말이다. 나 역시 할세권 덕분에 마음 편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아이의 안부를 챙기지 않을 때도 있었음)
하지만 퇴근 후, 나는 우리집이 아닌 아이를 데리러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머니의 집에 들른다. 어머니는 늘 아이의 저녁까지 챙겨주시지만, 아이를 데려와 집에 도착하면 벌써 8시. 바로 씻기고 재워야 할 시간인데, 아이와 나 그리고 아이 아빠 모두 너무 아쉬워져 함께 조금이라도 놀다 보면 어느덧 밤 10시. 짧지만 소중한 이 시간은 내가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다. (그로 인해 우리 아이는 늦잠을 잔다)
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는 시간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엄마로서도 충분히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런 고민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워킹맘들이 건강하게 일과 삶을 병행할 수 있으려면,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일‧가정 양립 정책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 1) 가족친화적 근무제도 (유연근무제의 실질적 확산 필요)
•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근무제 등 법·제도상 이미 도입되어 있음.
하지만,
• 현실적인 유연근무제 확대 필요 : 유연근무제는 '있는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 간극이 큼. 조직장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되는 분위기.
• 더불어 육아를 이유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조직의 암묵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함.
따라서
• 하루 30분~1시간 조기퇴근이나 지연출근 등 미세 조정이 가능한 근무 방식이 보장되면, 퇴근 전후의 시간 활용이 훨씬 유연해질 것임.
• 더불어 ‘1개월 단위 분할’, ‘방학 연계 사용’, ‘간헐적 집중 육아휴직’이 가능하면, 육아와 경력의 균형이 쉬워지지 않을까
✅ 2) 지역 기반 돌봄 협력 시스템 구축
• 아이돌봄서비스, 초등돌봄교실 등 국가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 존재함. 공공기관, 지자체 주도의 돌봄 공간 운영 중.
하지만,
• 퇴근 후 아이를 픽업할 수 있는 시간대(대체로 오후 6시~8시)의 서비스 이용이 어려움
• 지역 간 편차 및 협력 부재 : 지자체, 학교, 민간이 개별 운영 중으로 연계 부족
✅ 3) 부모교육 및 양육 지원 프로그램
• 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부모 대상 교육, 육아정보 제공 프로그램을 제공함.
하지만,
• 맞벌이·워킹맘 참여 유도를 위한 시간대나 비대면 방식은 여전히 부족함.
• 특히, 초등 저학년 돌봄은 조금씩 체계가 생겨났지만, 유치원 연령은 여전히 공백이 많음.
2번과 3번의 경우, 아직 직접 이용해 보지 않아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문제점이나 개선 방안을 명확히 제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우선 스킵했다. 조만간 이용해 보고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후, 보다 실효성 있는 고민과 제안을 진행해 보겠다.
나는 지금도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 시간을 최대한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온전히 나의 의지와 체력에만 의존한 노력이라면, 언젠가는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까? 나와 같은 수많은 워킹맘들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이 더 가까이 다가왔으면 한다. 일과 가정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결국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